미래에셋증권(006800)이 추진해온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 공모주의 국내 개인투자자 배정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투자자들에게 배정할 물량은 확보하지 못한 채 과도한 마케팅으로 기대감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창업자와 스페이스X 로고./연합뉴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스페이스X 공모주 국내 일반 청약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스페이스X의 국내 공모를 위해서는 상장일 최소 15영업일 전에는 증권 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관련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스페이스X의 상장 예정일은 오는 12일이다.

스페이스X는 현재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이번 IPO를 통해 약 750억달러(약 112조원)를 조달할 계획이며, 상장 시 기업 가치는 최대 1조7500억달러(약 266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미래에셋증권은 IPO에 참여하는 글로벌 투자은행(IB) 20여 곳 중 하나로 참여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 이상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적극적인 인수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권신고서 제출이 이뤄지지 않은 배경에는 공모주 물량 미배정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스페이스X는 지난달 2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증권 신고서(S-1)를 제출했지만, 현재까지 인수단을 대상으로 공모주 배정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정 물량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국내 공모를 위한 증권 신고서 작성 자체가 불가능하다.

스페이스X 투자설명서 화면 갈무리

미래에셋증권이 향후 인수 물량을 확보하면 전문·기관투자자에게 사모청약 방식으로 판매될 전망이다. 공모주 배정 물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모청약은 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스페이스X가 지난 1일 제출한 S-1 수정 신고서에는 한국 투자자에 대한 주식 제공 방식이 사모(Private Placement)로 한정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은 5일부터 8일까지 전문투자자로 등록된 개인 및 법인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사모청약을 진행한다. 최소 투자금액은 10만달러이며, 최대 300만달러까지 청약 신청이 가능하다. 투자자별 최종 배정 주식 수는 상장 예정일인 12일 확정될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미래에셋증권이 스페이스X의 공모주를 국내 투자자에게 배정하는 방안이 불가능해지면서 과도한 마케팅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금융당국은 앞서 배정 물량은 물론 국내 투자자의 청약 가능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모 추진 과정이 외부에 지속적으로 알려지는 것은 사실상 '간접 마케팅'에 해당할 수 있다며 미래에셋증권에 구두 경고를 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공모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사실상 사모 매각에만 나섰다는 점에서 베트남 유동화증권(ABS) 논란 당시가 떠오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16년 7월 미래에셋증권은 '베트남 랜드마크인 72빌딩'을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만들어 공모할 것처럼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특수목적법인(SPC) 15개를 만들어 사모방식으로 투자자(49명 이하)를 유치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사실상 공모방식임에도 사모방식을 취해 공모 규제를 우회하려 한 시도로 보고 과징금 최고액인 20억원을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