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코스피 지수의 12개월 목표치를 기존 9000포인트에서 1만2000포인트로 대폭 상향했다.
지난달 전망치를 8000포인트에서 9000포인트로 올린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다시 목표치를 올린 것이다.
반도체 메모리 사이클의 장기화와 기업들의 강력한 실적 개선세, 밸류업 프로그램 가동에 따른 국내 증시의 재평가 가능성 등을 반영했다는 게 골드만삭스의 설명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최신 투자 보고서를 발간하고 코스피 12개월 목표치로 1만2000포인트를 제시했다.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은 기존의 '비중 확대'를 고수했다. 이는 현재 지수대와 비교했을 때 앞으로 약 37%의 추가 상승 여력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번에 수정한 목표치가 견고한 기업 이익 전망치를 기반으로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8배를 적용해 도출된 것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코스피가 2배 이상 급등했음에도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한다"며 "폭발적인 기업 이익 성장과 보수적인 밸류에이션 가정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추가 랠리를 예상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으로는 반도체 메모리 사이클이 꼽혔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시장이 이번 반도체 수퍼 사이클의 지속 기간을 지나치게 단기적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공지능(AI) 연산 수요가 메모리 공급량을 상회하는 속도로 급증하면서 반도체 제조사들의 가격 결정권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높은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더해져 이익 개선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한국 반도체 주식은 선행 PER 5배 수준에 불과하다"며 "시장은 이 고수익 국면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회의적으로 보고 있지만, 이번 사이클은 과거보다 더 오래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또 시장의 상승세가 특정 반도체 업종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고 짚었다.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를 제외한 나머지 코스피 상장사들의 이익 성장률 전망치 역시 지난 1월 20% 수준에서 현재 57%까지 올라갔다. 반도체 대형주가 이끄는 랠리를 넘어 실적 개선 온기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코스피 기업들의 전반적인 실적 전망치도 가파르게 우상향하고 있다. 올해 초 시장에서 예상한 코스피 기업들의 올해 이익 성장률은 48% 안팎이었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서는 277%까지 치솟았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기업의 이익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320%, 내년 35%로 각각 높여 잡았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좋은 실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밸류에이션 관점에서도 코스피는 여전히 저평가 영역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코스피는 12개월 선행 PER 8.2배 수준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호황기와 불황기를 두루 겪은 과거 주요 국면에서 코스피 선행 PER이 보통 10~11배 수준을 형성했던 점을 감안하면 현 지수대는 여전히 매력적인 수준이라는 게 골드만삭스의 시각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밸류업 프로그램 역시 증시의 추가적인 리레이팅(재평가)을 이끌 것이라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코스피 전체 상장사의 60% 이상이 여전히 장부가치 이하인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저PBR 종목들의 재평가 여지가 많다고 분석했다.
다만 단기적인 조정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봤다. 올해 코스피 지수가 2배 넘게 가파르게 오른 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이 50%를 돌파하며 시장 쏠림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개인 투자자들의 투기성 거래가 늘어난 점도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 분류됐다.
골드만삭스는 탄탄한 실적이 증시의 하방을 견고하게 지지해 줄 것으로 관측했다. 골드만삭스는 "과거 가장 극단적인 이익 감소와 바닥권 밸류에이션을 현재 시장에 대입해도 코스피의 이론적 하방 지지선은 7820포인트로 계산된다"며 "단기적인 기술적 조정이 올 수 있지만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는 한 조정은 오히려 비중 확대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