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8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지만 코스닥 시장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 속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로 자금이 집중되는 데다, 올해 최대 기업공개(IPO)로 꼽히는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투자 대기 자금까지 이동하면서 코스닥이 소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는 28% 뛰는데 코스닥은 10% 하락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코스닥 지수는 9.8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7000선과 8000선을 잇달아 돌파하며 28.4% 상승했다.
이 기간 코스피 상승을 주도한 대형 반도체주는 큰 폭으로 오른 반면,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을 차지하는 바이오·이차전지 종목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코스피 시총 1위 삼성전자는 최근 한 달간 43.8% 상승했지만, 코스닥 시총 1위 에코프로비엠은 5.3% 오르는 데 그쳤다.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주요 지수 수익률 상위권에는 KRX SK하이닉스지수, KRX 정보기술지수, KRX300 정보기술지수, KRX 삼성전자지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반면 코스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바이오 관련주 중심의 KRX 헬스케어지수는 같은 기간 8.59% 하락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은 사실상 AI·반도체 중심 장세"라며 "별다른 악재가 없어도 코스닥 종목을 매도해 반도체주로 갈아타는 수요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12일 예정된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일부 투자자들이 상장 참여를 위해 기존 보유 종목을 정리하면서 코스닥 유동성이 추가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대형 IPO 때마다 기존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현상이 반복됐다"며 "스페이스X급 초대형 딜은 국내 증시 수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엔 AI·로봇 IPO·국민성장펀드가 변수
다만 하반기에는 코스닥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가는 AI·로봇·우주항공 등 성장 산업 중심의 기업공개(IPO) 확대가 코스닥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6개 기업이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고, 이 가운데 5곳이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다.
강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에서 대어급 공모주 부재는 코스닥 공모주 시장에 투자자금이 집중되는 반사이익을 제공한다"며 "AI와 로봇 등 성장 산업 부문에서 중소형 비상장 기업들이 코스닥 입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성장펀드 역시 코스닥 시장의 새로운 수급 변수로 꼽힌다. 국민참여성장펀드가 출시된 지난달 22일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약 5% 상승 마감했다. 당시 외국인은 5933억원, 기관은 2877억원을 순매수하며 투자심리 개선에 힘을 보탰다. 시장에서는 국민성장펀드 자금이 본격적으로 집행될 경우 성장 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 기대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해당 업종 상당수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다는 점에서 수급 개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민성장펀드와 코스닥 승강제, 코스닥 벤처펀드 및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 등 정책 모멘텀이 집중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코스닥 지수의 반등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