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이 금융 시스템 내 중요성이 커진 증권사의 유동성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규제 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 지금은 자기자본 요건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종투사)와 파생결합증권 발행사에만 적용되는 유동성비율 규제를 전체 증권사로 확대하고, 유동부채·유동자산을 산정할 때 위기 상황을 반영해 증권사의 실질적인 유동성 여력을 파악할 수 있도록 새로운 '조정유동성비율'을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8일 이러한 내용의 금융투자업규정 및 금융투자업규정시행세칙 일부 개정을 예고했다.

금융위는 "지난 2022년 9월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증권사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정책 금융기관이 긴급 유동성 지원에 나섰지만, 각 증권사의 유동성 비율이 지표상 100%를 상회하는 것으로 보고됐다"며 "최근 종투사 종합투자계좌(IMA)·발행어음 등 업무 범위와 시스템적 중요성이 확대됨에 따라 증권사에 보다 정교화된 유동성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전경. / 뉴스1

제도 개선에 따라 49개 증권사가 전부 유동성 규제 준수 의무를 지게 된다. 지금까지는 10개 종투사와 13개 파생결합증권 발행사만 1개월·3개월 유동비율을 각각 100% 이상 유지해야 하는 규제를 받았다. 금융위는 "중소형사를 포함한 전체 증권업권의 유동성 리스크 관리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했다.

아울러 당국은 유동자산을 산정할 때 위기 시 가격 변동위험을 고려한 할인율(헤어컷)을 적용하기로 했다. 국공채, 특수채, 은행채, AAA등급 채권, 실물형 국공채 ETF 등에는 할인율이 적용되지 않지만, 이보다 투자 위험이 큰 자산은 할인율을 적용해 유동자산을 산출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 AA등급 채권 7% ▲ A등급 이하 채권 10% ▲ 주식, 외화증권, 개방형 펀드, ETF(실물형 국공채 ETF, 합성형 ETF 제외) 15% ▲ 합성형 ETF 30% 등이다.

위기가 발생하면 위험 자산인 주식이나 펀드 가격이 떨어져 증권사의 유동성 여력이 줄어드는 현실을 반영하도록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또 유동부채에 채무보증 등 우발채무를 가산하기로 했다. 우발채무를 차환발행증권과 대출·출자 약정 등으로 구분해 향후 예상되는 현금 유출도 유동성 관리에 감안하도록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유동자산과 유동부채의 실질 위험을 반영하도록 산정기준도 현실화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증권사가 보유한 자산 중 펀드(집합투자증권) 중 ETF 등 개방형 펀드는 환매에 소요되는 기간을 기준으로, 부동산펀드 등 폐쇄형 펀드는 잔존만기를 기준으로 유동화 기간을 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은 규정변경예고와 증권사 시스템 개발 등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증권사에 대한 리스크 관리 규제는 앞으로 더 강화될 예정이다. 당국은 "증권사의 부동산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부동산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위험값 강화와 총 투자한도 신설과 관련된 개정을 진행 중"이라며 "업무 범위가 커진 종투사를 대상으로 한 차별화된 자본규제 도입도 연내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