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까지 연 2.7% 수준이었던 10년 만기 국고채 평균 금리가 최근 4%를 넘어섰다. 가격이 내려가면 수익이 나는 '채권 대차 거래' 잔고는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투자자들이 채권 금리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에 무게를 두고 있단 뜻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경제 성장률과 전쟁·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부담 등으로 당분간 채권 시장의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김성규

◇치솟는 국고채 금리

최근 국고채 금리는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4일 기준 연 4.085%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연 2.7~2.8%에 머무르다가 11월에 월 평균 3.248%를 기록하며 오르기 시작했고 이젠 4%대로 상승한 셈이다. 만기 3년 및 30년 국고채도 금리가 오르는 등 장·단기 할 것 없이 국채 금리가 오르는 상황이다. 채권은 유통 금리가 높아질수록 가격이 내려간다.

투자자 사이에선 채권 금리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확산 중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대차 거래 잔고는 13일 223조106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차 거래 잔고는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136조9140억원이었는데 올해 3월 초 사상 처음 200조원을 넘어선 이후 잠시 주춤했다가 최근 연일 상승 중이다.

채권 대차 거래는 채권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할 경우 채권을 미리 빌려서 팔고, 나중에 싸게 되갚아 이익을 얻는 거래로 일종의 '채권 공매도'다. 통상 기관 투자자들이 채권 가격 손실을 헤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 대차 거래 잔고가 늘어날수록 채권 가격 하락(금리 상승)에 베팅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채권 금리 상승의 원인으로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장기화가 유발한 유가 상승 및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를 지목한다. 채권 금리는 기준금리 전망치를 반영해 움직이는데, 인플레이션 악화로 한국은행 등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 상승한다.

최근 국내 1분기 GDP 성장률(1.7%)이 시장 예상치(0.9%)를 크게 웃돈 점도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김영실 iM증권 연구원은 "1분기 GDP 서프라이즈 이후 한국은행의 정책 초점은 성장 방어보다 물가 안정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성장률·물가 전망이 동반 상향될 경우 7월 인상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도 이미 금리 인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기준금리와 국고채 3년물 사이의 차이가 1.0%포인트에 달할 정도로 국고채 금리가 많이 오른 상황"이라며 "이는 금리 인상 가능성과 물가 전망 상향, 부동산 및 금융 안정 리스크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이 같은 채권 금리 상승이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13일 이뤄진 250억달러 규모 30년물 미 국채 입찰 결과 낙찰 금리가 5.046%로 결정됐다. 발행 시장에서 이 금리가 5%를 넘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처음이라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미 국채 30년물은 미국 주택 구입자들의 장기 주택담보대출이나 우량 회사채의 근거 금리 역할을 한다.

◇"채권 시장 당분간 약세 지속"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채권 시장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인상 폭이 확인되기 전까지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국고채 금리는 회사채와 은행 채권 등의 기준 역할을 하는 만큼 기업과 가계의 차입 비용도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채 금리가 뛰면 정부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건 물론 회사채나 대출 금리도 자극을 받는다"며 "금리가 올라 차입 비용이 높아지면 기업 활동과 가계 소비가 위축되는 등 실물 경제에도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채권 금리 상승이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채권 금리가 오르고 가격이 떨어지면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증시에서 채권으로 눈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