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선을 눈 앞에 둔 코스피에 국내 증시 변동성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코스피는 반도체 중심의 실적 개선과 외국인 자금 유입에 힘입어 최단 기간 급등해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투자 과열 우려 또한 커지는 분위기다. 실제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사이드카가 한 달 평균 세 차례 가까이 발동됐고, 투자경고·투자위험 종목 지정도 급증하는 등 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올해만 사이드카 15번…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코스피200선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올해 들어 8번째 코스피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선물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해 현물시장에 과도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을 경우 프로그램 매매 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는 제도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코스피200선물 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변동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 발동되며, 프로그램 매매 호가 효력은 5분간 정지된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매수 사이드카 8회, 매도 사이드카 7회 등 총 15차례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월 평균 약 3회 수준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극심한 변동성이 나타났던 2008년 연간 26회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이후 급락했던 증시가 단기간에 큰 폭 반등하면서 변동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국내 증시 변동성을 나타내는 코스피200변동성지수(VKOSPI)도 다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VKOSPI는 전 거래일 대비 6.92% 오른 70.14에 거래를 마쳤다. VKOSPI가 70을 넘어섰던 것은 지난 3월 초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직후 처음이다.
VKOSPI는 투자자들이 향후 시장 변동성을 얼마나 크게 예상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시장 불안 심리가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코스피가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VKOSPI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상승장 속에서도 시장 참여자들의 경계심이 여전히 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투자경고·위험종목도 급증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종목들에 대한 투자경고·투자위험 지정도 크게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3일까지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은 총 307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52개는 유가증권시장 종목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투자경고 종목 수(전체 145개·코스피 30개)와 비교하면 약 두 배 수준으로 증가한 것이다. 투자위험 종목 또한 올해 전체 40개, 코스피 10개로 집계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전체 8개·코스피 1개)을 크게 웃돌았다.
이런 가운데 거래소가 투자경고·투자위험 종목에 대한 미수거래 제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시장에서는 과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달 중 시장경보 지정 종목에 대해 위탁증거금(현금) 100% 징수 의무를 면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이달 중 시행할 예정이다. 위탁증거금은 주식을 매수할 때 투자자가 증권사에 예치하는 거래 보증금으로, 미수거래를 제한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그동안 투자경고·투자위험 종목은 위탁증거금률이 100%로 설정돼 사실상 미수거래가 불가능했지만, 개정안 시행 이후에는 일부 미수거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다만 증시 호황 속에서 투자경고·투자위험 종목까지 미수거래가 가능해질 경우 과열 양상 심화와 함께 시장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위탁매매 미수금은 올 들어 지난 11일까지 일평균 1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일평균(9312억원) 대비 16% 이상 증가했다. '빚투' 규모를 보여주는 신용거래융자 잔고 또한 지난 11일 기준 35조9985억원으로, 지난달 29일 기록한 사상 최대치(36조682억원)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