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자금을 대거 빨아들인 국내 증시에 외국인 자금도 대거 유입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3조원을 순매수한 4일, 코스피 지수는 5% 넘게 폭등하면서 사상 첫 7000포인트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날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올해 최대치다.

올해 본격화된 증시 상승 동력은 글로벌 유동성 확대와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따른 반도체·원전·전력기기 등 주요 업종의 실적 개선이다. 게다가 미국과 이란 전쟁이라는 예상치 못한 지정학적 리스크마저 극복하면서 우리 증시의 상승 흐름을 막아설 장애물은 없는 듯 보인다.

특히 풍부한 유동성이 지수를 강력하게 떠받치고 있다.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주식시장을 가계 소득 증대 창구로 활용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부양 정책에 힘입어 시중 자금은 대거 증시로 유입됐다.

여기에 외국인 자금도 가세했다. 특히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종목에 외국인의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된 덕분에 지수가 큰 폭 상승했다.

코스피 지수가 5% 넘게 급등하며 사상 첫 6900선을 돌파한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뉴스1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유입은 제도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한국 반도체의 견조한 이익과 낮은 밸류에이션에 관심이 높았던 외국인은 '아이셰어즈 MSCI 한국 ETF'(EWY) 등 상장 ETF를 통해 거래했지만, 올해 초 외국인 통합계좌 규제가 폐지되면서 외국인의 리테일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외국인 자금이 국내에 유입되는 흐름은 제도 개선에 기반한 변화라는 설명이다.

이날 삼성증권(016360)이 가격제한폭에 근접해 큰 폭 상승한 것도 같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증권은 유안타증권(003470)과 함께 외국인 통합계좌 개설 서비스를 본격 준비 중이다.

외국인 통합계좌는 해외 금융투자업자가 단일 계좌를 개설하면 국내 비거주 외국인이 해당 계좌에서 한국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제도다. 그동안에는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에 투자하려면 한국 증권사에 직접 계좌를 개설해야 했다.

외국인 자금이 대거 국내 증시로 향하면서 원화 가치도 상승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0.5원 내린 1462.8원에 마감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사상 처음 코스피 지수가 7000포인트 등정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지수의 추가 상승 여력에 쏠리고 있다. 증시가 이례적인 상승 랠리를 지속하자 지금이라도 주식 투자에 나서도 될지 묻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각 증권사에 쏟아지고 있다.

다수 증권사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고유가와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부담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은 부담"이라면서도 "조정이 오면 증시의 상승 추세 훼손이 아니라 단기 과열을 완화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라고 했다.

최근 지수 상승에 부담이 커졌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아직 증시를 이탈할 시점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지금 지수 상승은 기업의 펀더멘털 개선에 기반하고 있다"며 "여전히 IT 하드웨어, 상사·자본재(방산), 기계 등 대형 수출주를 선호한다"고 했다.

삼성증권은 올해 코스피 지수가 8400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며 지수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양일우 삼성증권 팀장은 "다양한 업종으로 이익 모멘텀이 확장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반도체, 전력기기, 로봇 등 AI 밸류체인 중심의 강세가 지속되는 동시에, 글로벌 증시에서도 AI 관련 인프라 기업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어 국내 증시에서도 다양한 업종의 이익 모멘텀이 개선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