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물러나고 새 시대를 맞은 버크셔해서웨이가 올해 들어 현금 보유액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회사는 시장에 혼란이 찾아왔을 때 막대한 현금을 앞세워 내재가치가 높은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는 등 '가치 투자'를 이어가겠단 계획이다.
지난 2일 버크셔해서웨이가 내놓은 올해 1분기(1~3월)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총 3970억달러(약 590조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보고한 3800억달러에서 사상 최대치를 새로 썼다. 분기 순이익은 101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46억달러)의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번 실적 발표는 버핏의 뒤를 이어 회사를 이끌게 된 그레그 에이블 최고경영자(CEO)의 첫 성과 보고란 점에서 주목받았다. 버핏은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저평가된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가치 투자'의 대가다. 이날도 한 인터뷰에서 현재 금융시장을 두고 "도박 열풍이 정점에 달했다"는 등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번 실적 발표에 따르면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 분기에 82억달러 상당의 주식을 순매도해 14분기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갔다. 에이블 CEO가 버핏의 투자 철학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이날 회사는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매수로 돌아설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 CNBC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에이블 CEO는 이날 주주총회 투자자 행사에서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 시점이 3년 후인지, 2년 후인지 알 수 없다"며 "시장엔 우리가 행동에 나설 기회를 열어줄 혼란이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적절한 가격이 형성될 경우 지분 일부 또는 전체를 매수할 기업의 후보 목록도 갖고 있다며 실행 의지를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 버핏은 관중석 첫 줄 임원진 자리에 앉아 에이블의 발언을 지켜봤다. 미 매체들은 버핏이 연설자로 나서지 않으면서 참석자들의 열기가 전보다 못했고, 투자자들과의 소통 시간도 전보다 줄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