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완화되면서 뉴욕 증시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자, 서학개미(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도 다시 순매수로 돌아섰다. 다만 지수 고점 부담에 하락 베팅 세력도 만만치 않아, 증시 방향성을 둔 투자자 간 수 싸움이 팽팽하다.

일러스트 = ChatGPT 달리

27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서학개미는 4월 중순(13~24일) 미국 주식을 1억2900만달러(약 1890억원) 순매수했다. 앞서 4월 첫째주(1~7일) 9억700만달러(약 1조3372억원)를 순매도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이 같은 전환은 최근 미국 증시가 반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3대 지수는 최근 한 달간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약 10%, 나스닥100 지수는 15%,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6% 각각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여전히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지만, 큰 틀에서 사실상 무기한 휴전에 나선 가운데 시장의 시선이 인공지능(AI) 실적에 대한 기대감으로 옮겨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주에는 인텔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반도체 중심으로 기술주 랠리가 이어졌다.

다만 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반도체 업종 조정 가능성에 주목했다. 같은 기간 서학개미 순매수 1위 종목은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역추종하는 DIREXION SHARES ETF TRUST DAILY SEMICONDUCTOR BEAR 3X SHS(SOXS)로, 1억7214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

이는 반도체 업종이 단기간 급등한 이후 조정 가능성에 베팅한 것으로 해석된다. 4월 13~24일 엔비디아는 10.4%, 마이크론은 18%, 샌디스크 16%, 마이크로소프트는 14.5%, 아마존 10.7%, 알파벳 8.5% 상승했다.

그래픽=정서희

금리 상승에 대한 경계심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지수가 휴전 이후 최고치 경신을 이어가면서 조정 가능성에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면서도 "향후 인플레이션 지표에 따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매파적으로 선회할 경우 반도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4월 29일(현지 시각) 예정된 FOMC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면서도, 향후에는 매파적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고 있다. 현재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에 경로 결정을 보류하지만,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물가 상승 기대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LS증권에 따르면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4.7%로 전월대비 0.9%포인트(p) 가량 급등했다.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 역시 3.5%로 올라 물가 부담이 재차 부각되는 모습이다.

다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지수가 상승할 것이라는 시각도 팽팽하다. 서학개미의 순매수 2위는 ROUNDHILL MEMORY ETF, 3위는 마이크로소프트, 4위는 오라클, 5위는 샌디스크 등이 차지하며 방향성에 대한 투자자 간 시각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증시 상승 여력을 점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물가뿐 아니라 고용·소비·주택 등 경기 흐름도 중요한 변수"라며 "연준이 경기 둔화를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