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65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상승세가 일부 대형주에 집중되는 'K자형 장세'가 심화되고 있다. 반도체 중심의 쏠림 현상이 강화되면서 투자자들 역시 지수 상승과 체감 수익률 간 괴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 24일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합계는 2154조원으로 전체 코스피 시가총액의 40.6%를 차지했다. 1년 전 22.2%였던 비중이 두 배 가까이 확대되면서 사실상 두 종목이 지수 상승을 독식했다는 분석이다.
시장 유동성 역시 대형주에만 쏠렸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각각 5조3737억원, 4조1285억원이었다. 반면 코스피 상장사 949개 중 일평균 거래대금이 10억원에도 못 미치는 종목은 398개(41.9%)나 됐다. 실제 거래가 활발한 종목과 소외된 종목 간 격차가 극심해지는 양상이다.
업종별 격차 역시 뚜렷하다. 연초 대비 코스피 지수가 54% 상승하는 동안 대형주 위주로 구성된 KRX 반도체(94.19%), KRX 정보기술(90.51%), KRX 증권(83.75%) 지수는 코스피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이 지수들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또 최근 증시 랠리로 업황이 좋아진 증권업종 기업들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 소형주 위주의 KRX K콘텐츠(-7.48%), KRX 헬스케어(+1.12%)는 같은 기간 지수가 오히려 뒷걸음질 치거나 거의 오르지 않으면서 대조를 이뤘다.
이 같은 괴리는 증권사 리포트에서도 확인된다. 4월 들어 전쟁 리스크에도 주가가 상승 랠리를 이어갔지만 오히려 목표주가 하향 리포트는 192건으로 2월(116건), 3월(68건)을 크게 웃돌았다. 전체 리포트 대비 목표가 하향 비중도 2월 5.06%, 3월 6.09%에서 4월 12.36%까지 상승하며 지수와 개별 종목 간 괴리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정 섹터가 지수를 강제로 끌어올리는 현 장세에서는 개인 투자자가 체감하는 수익률이 극도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 등 주도 대형주를 보유하지 못한 투자자는 지수 상승의 온기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뒤늦게 랠리에 동참하더라도 고점 추격 매수에 따른 리스크 탓에 기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지만, 대다수 투자자에게는 '남의 잔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스피는 오르고 있지만 대형주 위주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지수와 체감하는 시장과의 괴리가 커지는 '착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코스피 지수에 투자한다고 해도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에 투자하는 것과 비슷한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전략이 별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고 했다.
한편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간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코스닥은 올해 초 대비 30% 오르면서 코스피 상승률(53%)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결국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많이 들어와야 장기적인 상승 모멘텀(동력)을 가져갈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매력적인 시장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불성실 공시 법인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거나 퇴출을 원활하게 만들어 시장 건전성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