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시장 복귀계좌'(RIA) 시행 3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중소형 증권사들이 대형사와 달리 고객 유치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시스템 구축 비용 부담만 떠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6일 기준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 등 대형 증권사의 RIA 계좌 개설 수가 1만 건을 넘었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의 RIA 계좌 개설 건수는 많아야 수천건에 그쳤다. RIA 계좌 개설이 수백건에 불과한 증권사도 상당하다.

RIA는 보유하고 있는 해외 주식을 매도하고, 그 돈으로 국내 주식을 사면 세제 혜택을 주는 계좌로, 국내 증시 활성화와 외환시장 안정을 동시에 노린 정책 상품이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점을 찾아 직원으로부터 RIA(국내시장 복귀계좌) 출시 관련 상품을 설명 듣고 있다. (공동취재) 2026.4.3/뉴스1

중소형 증권사들은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고객 유입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한 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 상당수가 미국과 국내 주식에 동시에 투자하고 있는 데다, RIA 계좌는 기존 거래 증권사에 개설하는 경우가 많아 신규 고객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실익이 크지 않은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은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입해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정부 주도 정책인 만큼 참여하지 않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정책 사업이라 참여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RIA 계좌는 해외주식 매도 시 발생한 달러를 자동으로 환전하는 기능 등을 포함하고 있어 기존 시스템을 단순히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정도의 작업이 필요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양도소득세 체계가 기존과 달라 전산 로직을 별도로 설계해야 했다"며 "직간접 비용 부담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특히 세제 관련 세부 기준이 제도가 시행되고도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 현장의 혼선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산하 중소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주식 매도 후 국내주식 매수 시 1년 보유 요건의 기준을 결제일로 할지 매수일로 할지조차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다"며 "관계기관에 문의해도 증권사 자율에 맡긴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증권사별 기준 차이에 따른 고객 민원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회사마다 기준이 달라 '왜 여기서는 다르게 적용되느냐'는 불만이 나온다"며 "제도 시행 이후에도 계속 기준을 수정하고 있다"라고 했다.

해외주식 계좌 타사 이전 문제로 인한 불편도 적지 않다. 증권사는 회사마다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계산법이 달라 해외주식 계좌를 타사로 이전하기가 쉽지 않다. 투자자가 해외주식을 타사 계좌로 옮기려면 영업점을 방문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에 대해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식의 경우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자동으로 주식 정보가 이관되는데 해외주식 계좌는 타사 이전이 쉽지 않다"며 "예탁결제원이 미국의 예탁결제원과 같은 기관과 데이터를 공유받는 구조가 아니면 사실상 고치기 어려워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고 했다.

자기자본 순위 20위 이하의 증권사 관계자는 "RIA 출시 준비 과정에서 대형사들이 먼저 기준과 요건을 전달받은 걸로 알고 있다"며 "우리 같은 작은 증권사는 늦게 내용을 공유받아 시스템을 개발과 이벤트 준비도 굉장히 빠듯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RIA 제도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소형 증권사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RIA 계좌가 1년 이상 연장되면 서학개미들에게 유인책이 되겠지만 투자 결정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결국 환율과 미국·한국 주식의 투자 수익률"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