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코스피 지수가 5% 넘게 폭락하면서 새해 달성한 5000포인트 아래로 털썩 주저앉았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공격적인 관세 정책을 발표한 후 '패닉셀(Panic Sell·공황 매도)'이 이어지면서 증시가 폭락했던 4월 7일(코스피 5.57% 하락)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이날 하루 증발한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만 200조원이다.

이번 주가 폭락 사태도 도널드 행정부의 결정이 빌미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파' 성향의 케빈 워시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차기 의장으로 지명하면서 글로벌 위험자산 가격이 일제히 급락한 것이다.

다만 한국 증시의 낙폭이 유독 컸다. 중국과 일본, 인도 증시 역시 1~2% 하락했지만, 코스피 지수는 5% 넘게 떨어졌다. 새해 들어 코스피 지수가 큰 폭 급등한 이후라, 외부 충격이 더 큰 파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 개별종목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코스피 지수는 274.69포인트(5.26%) 내린 4949.67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개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낙폭을 줄이기도 했지만,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 물량(2조5000억원 순매도)을 내놓으면서 지수가 폭락했다. 외국인은 이날 선물 시장에서도 1조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프로그램 매매로도 3조원 넘는 순매도 물량이 나왔다.

이날 장중 코스피200 선물(최근 월물)이 1분 넘게 5% 이상 하락해 프로그램 매도 호가의 효력이 중단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매도 사이드카 발동 시점부터 5분간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이 정지되고 자동 해제됐지만, 현·선물 가격 폭락세는 이어졌다.

케빈 워시가 차기 연준 의장에 지명됐다는 소식이 국내 증시에 큰 충격을 준 이유는 지금까지 이어진 풍부한 유동성 환경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워시 지명자는 2011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 연준이 해법으로 내놓은 양적 완화(시장에 돈 풀기) 정책에 반대해 연준 이사직을 내려놓은 것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연준의 무제한 돈 풀기 정책이 실물 경제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반면 자산 버블을 형성하는 등 시장의 왜곡을 유발한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워시 지명자는 달러 강세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여러차례 드러냈다.

당장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에 대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그동안 미 연준이 공급하는 유동성은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신흥국 증시에 상승 동력을 제공해 왔다. 가뜩이나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워시 쇼크'가 나오자 차익 실현 물량이 쏟아졌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캐빈 워시를 미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한 이후 자산시장에 혼란이 나타나고 있고, 이는 더 지속될 수도 있다"며 "특히 그간 급등했던 자산, 달러 상대편에 있는 귀금속·한국 등 신흥국 증시 같은 자산에서는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 미국 뉴욕의 열린 컨퍼런스에서 강의하고 있는 케빈 워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를 차기 미 연준 의장으로 지명했다./로이터=연합뉴스

유가증권시장에서 799개 종목이 하락했고,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117개에 불과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주가가 대부분 큰 폭 떨어졌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에 차익 실현 물량이 집중되면서 6~8% 가격이 급락했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하락 여파로 고려아연(010130)이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최근 급등세를 보이던 코스닥 시장도 큰 폭 조정을 받았다. 코스닥 지수는 이날 51.08포인트(4.44%) 내린 1098.36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 초반 반등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개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지수가 폭락했다.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원화 가치도 뚝 떨어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24.8원 오른 1464.3원에 정규장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