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표 빵집으로 꼽히는 ‘성심당’ 대전역점.

대전에 위치한 국민 빵집 성심당은 지난해 매출 1243억원을 올리며 매출 1000억원 시대를 열었다. 단일 빵집 브랜드로는 국내 최초다. 회사가 얼마나 장사를 잘했는지 나타내는 영업이익은 315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로 증가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199억원)과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214억원)의 영업이익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오는 11월 코스피 상장 예정인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 영업이익(255억원)보다도 많다.

20년 경력의 증권사 임원 B씨는 “성심당 모회사인 로쏘는 상장하게 되면 시가총액 3000억원(코스피 평균 PER 10배 적용)의 가치를 지닐 우량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상장사들이 모여 있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성적표는 어떨까. 18일 본지가 한국거래소에 의뢰해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중에 성심당보다 장사를 잘한 기업이 얼마나 되는지 뽑아봤다.

그랬더니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중에서 영업이익 315억원을 넘긴 곳은 모두 373곳으로, 전체 코스피 상장사(815개)의 46%에 달했다. 반면 코스닥은 전체 1631곳 중 161곳(10%)만이 성심당 영업이익을 웃돌아 체면을 구겼다. 오히려 영업이익이 마이너스(-)인 적자 회사가 전체의 40% 이상으로 더 많았다.

지난해는 반도체 수출 부진 등의 여파로 국내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전체적으로 실적이 부진했다. 전문가들은 “영업이익 315억원이 상당히 높은 기준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국 증시에 돈을 못 버는 허약한 상장사들이 많은 건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증권사 임원 B씨는 “성장성이 높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돈도 제대로 벌지 못하는 부실 기업을 마구잡이로 상장시켰고, 상장한 이후에도 제대로 된 퇴출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나타나게 된 결과”라고 말했다. 상장을 기업의 최종 종착지로 여길 뿐, 일단 상장하고 나면 책임을 소홀히 하는 기업들의 모럴 해저드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운용업계 임원 H씨는 “일부 증권사들이 실적 욕심에 C급 기업 상장에 집중하면서 부실 기업들이 대거 증시에 진출하게 됐고 ‘빵집만도 못한 상장사들’이 넘쳐나게 됐다”면서 “최근 증시의 최대 화두가 밸류업(기업 가치 개선) 프로그램인 만큼, 거래소와 관련 기관들이 게이트키핑(선택과 거부) 기능을 더욱 철저히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