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토큰증권발행(STO) 법제화를 다시 추진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부동산 조각투자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조각투자라는 개념 자체가 등장한 지 얼마 안 된 탓에 일부 투자자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와 부동산 조각투자를 혼동하곤 한다. 자산의 지분을 한 ‘조각’씩 쪼개 여러 사람이 나눠 갖는다는 점에서 두 상품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세율, 투자 자산 규모 등에서 리츠와 조각투자가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자신의 투자 성향을 면밀히 따져 적합한 상품 유형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동산 조각투자플랫폼 '카사'에서 거래되고 있는 조각투자 상품. /카사 홈페이지

17일 기획재정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7월 1일부터 부동산 조각투자 상품에 투자해 발생한 이익은 배당소득세율인 15.4%가 적용된다. 현재도 같은 세율이 적용되고 있으나 이는 법이 아닌 국세청의 법령 ‘해석’에 따른 것이다. 최근 기재부가 ‘202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조각투자 상품 이익의 과세 분류를 명확히 하면서 조각투자가 완전히 제도권으로 들어오게 됐다.

부동산 조각투자자는 소액으로도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빌딩에 투자할 수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빌딩에서 발생하는 임대료이고, 둘째는 추후 빌딩을 매각했을 때 나오는 매각 차익이다. 임대료에도 15.4%, 매각 차익에도 15.4%의 세금이 매겨진다.

세금만 따지면 부동산 조각투자 상품보다는 리츠가 낫다. 리츠 수익은 배당 수익과 매매 차익으로 나뉘는데, 매매 차익은 비과세다. 배당 수익에 대한 세율은 조각투자 상품과 마찬가지로 15.4%인데, 리츠를 3년 이상 투자하면 5000만원까진 9.9%의 세율이 적용된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리츠를 담으면 절세 효과는 극대화된다. 일반형 ISA는 200만원, 서민형 ISA(직전년도 근로소득이 5000만원 이하)는 최대 400만원의 이익이 과세되지 않는다.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리츠를 담으면 연금 수령 시점까지 과세가 이연돼 운용 기간 중 발생한 세금을 재투자할 수 있기도 하다.

다만 투자 수익률 측면에서 보면 부동산 조각투자는 상품을 특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리츠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리츠는 하나의 리츠가 자산 여러 개를 편입해 위험을 분산한다. 국내 최대 상장 공모리츠인 SK리츠는 SK주식회사가 입주한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은 물론 SK하이닉스가 입주한 경기 성남시의 SK U-타워를 담고 있다. 두 번째로 큰 ERS켄달스퀘어리츠도 18개의 물류센터를 자산으로 한다.

반면에 부동산 조각투자 상품은 하나의 상품에 하나의 부동산만 담는다. 루센트블록이 운영하는 ‘소유’의 상품을 보면 ‘안국 다운타우너’엔 서울 종로구의 수제버거집 건물만 담겨있다. 또 ‘문래 공차’의 편입 자산은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카페 매장 1곳이다. 편입 자산이 하나뿐이라 리츠보다 위험하지만, 특정 편입 자산 가격이 오를 것이란 확신이 있다면 부동산 조각투자 상품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다.

편입 자산군이 아예 다른 것도 부동산 조각투자 상품과 리츠의 차이점으로 꼽힌다. 리츠는 사무실·상가·물류센터·호텔 등 대형 자산으로 구성된 반면 조각투자 상품은 소형 부동산 위주다. 조각투자로 아파트 한 채만 다루기도 한다. 아파트가 담보인 대출채권을 상품화한 ‘그래이집’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30억원 상당의 아파트가 유일한 편입 자산인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최소 투자 금액은 10만원이다.

박수영·김유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조각투자는 리츠 대비 세제 혜택이 적지만 다양한 자산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며 “각 자산이 가진 위험은 자산의 특성을 이해하고 선별적으로 투자한다면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