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벌여왔던 ETF(상장지수펀드) 보수 인하 경쟁이 잠시 주춤한 사이 최근 다양화된 자산과 전략을 채택한 ETF 신제품들이 다수 등장했다. 기존 빅테크 기업에서 전력 인프라나 소재 등 편입 기업 종목이 다양해지고, 고령화·인도 테마도 세분화되고 있다.

일러스트=adobe firefly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 총액은 지난달 말 157조원을 돌파했다. 2019년 말 51조7100억원에 불과했던 ETF 시장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 분산투자와 높은 환금성 등의 장점을 내세우며 몸집을 늘렸다.

9월 한 달에만 10개의 ETF들이 신규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인도시장대표BIG5그룹액티브’ ‘ACE 인도컨슈머파워액티브’와 흥국자산운용의 ‘HK 200′,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5-12은행채(AAA)액티브’ ‘KODEX 미국테크1조달러기업포커스’, 한화자산운용의 ‘PLUS 200TR’, ‘PLUS 국공채머니마켓액티브’,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글로벌AI인프라액티브’ 등 8개 종목이다.

각 ETF들의 특성을 살펴보면 투자 자산의 다변화, 세분화가 눈에 띈다. 신흥국 인도 주식에 투자하는 ACE 상품의 경우 인도 증시 니프티 50을 단순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가전, 소비재, IT 등 인도 개별 기업 중 우량 기업을 선별해 투자한다. 앞서 올해 출시된 일본 및 대만 ETF의 경우( RISE 일본섹터TOP4Plus, KODEX 대만테크고배당다우존스)에도 이같은 경향이 반영됐다.

기존에 대거 출시됐던 AI(인공지능) 테마 ETF의 경우도 차별화를 위해 애플,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이 아니라 데이터나 전력 인프라, 설비, 소재 등 밸류체인으로 투자자산이 확대되고 있다. TIGER 글로벌AI 인프라액티브는 글로벌AI인프라 관련 ETF 중 유일하게 구리 관련 기업에 투자하며 우라늄을 포함한 원자재 비중을 높인 상품이기도 하다.

바이오헬스케어 섹터의 ETF들도 세분화되고 있다. 올해 상장한 KoAct 미국뇌질환치료제액티브, TIMEFOLIO 글로벌안티에이징바이오액티브, KOSEF 미국블록버스터바이오테크의약품+, KOSEF 의료AI 등은 비만, 저속노화 등 개별 질환 등을 타깃으로 한 의료산업군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들이다.

이처럼 자산운용사들이 ETF간의 상품의 질적 경쟁으로 방향을 조금씩 바꾸는 것은 최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자산운용사들에 “ETF 베끼기, 수수료 인하 등 과열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들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 인하 전략이 ETF 점유율 높이는데 크게 효과 없다는 냉정한 내부 분석도 있다고 한다. 다만, 정부의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정책의 일환으로 올해 4분기 출시 예정인 밸류업 ETF들은 유사한 자산이나 전략을 담을 수밖에 없는 만큼 보수인하 경쟁이 재차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