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본사. /케이뱅크 제공

케이뱅크가 최대 5조원을 목표 기업가치로 제시했다. 예상됐던 대로 카카오뱅크(323410)와 SBI스미신넷뱅크, 뱅코프를 비교기업으로 삼아 주가순자산비율(PBR) 2.56배를 적용했다. 카카오뱅크가 상장했을 때 적용한 7.3배와 비교하면 상당히 보수적으로 산정한 셈이다.

13일 케이뱅크는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기업가치 산정 과정 등을 공개했다.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를 9500~1만2000원으로 제시했다. 총 8200만주를 공모할 예정으로, 공모 금액이 7790억~9840억원에 달할 예정이다. 공모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상장 후 시가총액은 3조9586억~5조원이다.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카카오뱅크, 일본 증시에 상장된 SBI스미신넷뱅크, 미국 나스닥 상장사 뱅코프를 비교기업으로 골랐다. 카카오뱅크를 제외하곤 둘 다 올해 들어 주가가 상당히 오른 기업들이다. SBI스미신넷뱅크 주가는 연초 이후 94% 가량 상승했고, 뱅코프 주가는 24% 올랐다.

반면 카카오뱅크의 경우 주가가 연초 대비 24%나 떨어진 상태다. 이 때문에 회사와 주관사단은 카카오뱅크를 비교기업에서 배제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기업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이 구속 기소되며 지배구조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더해져 주가 하방 압력이 높아진 만큼, 비교기업에 넣지 않을 명분이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카카오뱅크가 케이뱅크와 유사한 사업 모델을 갖춘 유일한 국내 상장사라는 점 때문에 결국 비교기업에 넣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초 주관사단은 브라질 누뱅크도 비교기업에 넣을 생각이었으나, PBR이 9.84배에 달해 ‘비경상적인 멀티플’로 보고 제외했다고 밝혔다.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 SBI스미신넷뱅크, 뱅코프의 PBR을 각각 1.62배, 2.96배, 3.11배로 계산하고 평균치 2.56배를 자사에 적용했다. 상반기 말 기준 자본총계 1조9556억원에 2.56배를 곱한 뒤 공모자금 유입액(공모가 하단 기준) 3895억원을 더해 적정 시가총액 5조4048억원을 구했다. 할인율은 7.06~26.42%다.

공모가 밴드를 기준으로 추산한 상장 후 PBR은 1.69~2.04배 수준이다. 카카오뱅크엔 플랫폼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카카오뱅크가 상장했을 당시 적용한 PBR이 7.3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케이뱅크는 몸값을 보수적으로 산정한 셈이다.

케이뱅크는 이번 상장을 통해 공모자금 뿐 아니라 7250억원의 현금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2021년 MBK파트너스와 베인캐피탈 등이 투자한 1조2500억원 중 7250억원에 대해 콜앤드래그(call-and-drag)가 걸려 있어, 현재는 금융당국에 의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다. 상장을 완료하면 이 부분이 해소되며 7250억원에 대한 활용 제약도 바로 풀리게 된다. 7250억원이 자기자본에 편입되면 케이뱅크 입장에선 대출 여력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케이뱅크는 추석 연휴가 지난 뒤 다음달 10~16일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해 공모가를 확정할 계획이다. 같은 달 21~22일 이틀 간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받는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