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왼쪽에서 둘째)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8개 국내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급증하는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 세밀하게 입장과 메시지를 내지 못한 부분, 국민과 은행 창구 직원에게 불편과 어려움을 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그동안 가계 대출 규제와 관련한 발언으로 시장에 혼선을 빚은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그간 이 원장의 일관성 없는 발언 탓에 은행들이 들쭉날쭉한 대출 규제책을 내놓고, 이는 곧 실수요자 피해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있었다.

일각에선 ‘이 원장의 말이 부동산 시장의 최대 리스크’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거시 경제·금융 현안 간담회(F4 회의) 직후에 긴급 브리핑을 열고 ‘가계 대출 관리 기조 확실’ ‘은행권 자율적 관리 방침’ 등으로 정부의 가계 부채 관리 방향을 정리해서 발표했다. 이날 이 원장은 김 위원장이 밝힌 기조를 확인하면서, 기존에 자신이 한 발언으로 생긴 혼선을 사과한 것이다.

그래픽=김현국

◇꼬리 내린 이복현 금감원장

이 원장은 10일 ‘18개 국내 은행장 및 은행연합회장과 간담회’를 마치고 서울 은행회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가계 대출 급증세와 관련해 세밀하게 입장과 메시지를 내지 못한 부분과 그로 인해 국민이나 은행 창구에서 직접 업무를 보는 직원들에게 불편과 어려움을 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가 끝날 때까지 거듭 ‘죄송하다’고 했다.

이날 이 원장은 은행권에 ‘자율’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감독 당국의 가계 대출 규제는 최소한의 기준이며 은행이 각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가계 대출 취급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간 은행권의 대출 규제를 놓고 일일이 개입하는 듯한 모습과는 상반된 태도다. 금융권에선 ‘이 원장이 한발 물러섰다’는 반응이 나왔다. 또 이는 ‘은행권 자율 관리 방침’을 강조한 금융위원장과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냉·온탕 오갔던 금감원장 발언

그간 이 원장은 가계 대출 규제와 관련해서 냉·온탕을 오가는 발언을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이날 “가계 대출을 엄정 관리한다는 정부와 당국의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며 “자율적 여신 심사 등의 기조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에 금감원뿐 아니라 금융위원회, 정부 부처 내에 이견은 없다”고도 강조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달 25일 “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 (은행에 대한)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출 축소를 위해 가산 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대출 금리를 올리던 은행들이 유주택자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거나 대출 만기 한도를 줄여 대출 한도를 줄이는 등의 조치를 내놨다. 하지만 이달 4일에는 “1주택자는 무조건 (대출이) 안 된다는 등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해서는 사전에 (금감원과) 공감대가 없었던 편에 가깝다”며 오히려 은행들을 비판하며 “가계 부채 관리 속도가 늦어지더라도 실수요자들에게 부담을 줘선 안 된다”고 했다. 이 발언으로 정부의 가계 부채 관리 의지가 약화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생기기도 했다.

은행들은 정제되지 않은 이 원장의 말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었다. 결국 앞서 6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긴급 브리핑에서 “정부의 가계 부채 관리 강화 기조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다”며 이 원장의 발언에 대해 진화에 나서야 하기도 했다.

◇향후 대출 규제 방향 전망은

이날 이 원장은 추가적인 가계 대출 관리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앞서 금감원은 은행들이 연간 경영 계획 목표치를 초과해 가계 대출을 취급할 경우, 내년 은행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또 신용 대출도 당국이 나서서 제한할 것을 검토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 원장은 이날 “필요하다면 어떠한 수단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은 변화가 없다”면서도 “10∼11월 가계 대출 흐름, 2단계 스트레스 DSR 효과, 은행의 여신 심사 정밀화 등을 살펴본 다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금감원은 이날 간담회 내용을 일부 공개하며, “대부분 은행이 공통적으로 다주택자(2주택자 이상) 등 투기 수요로 보이는 대출에 대해서는 여신 심사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입)에 활용될 수 있는 전세 자금 대출, 유주택자가 당장의 실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을 추가 구입하기 위한 대출뿐 아니라 신용 대출도 심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