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경기침체 공포로 주가가 폭락한 8월 초 데자뷔가 떠오르는 한 주였다. 지난주 코스피 지수는 약 한 달 만에 다시 2600선 밑으로 떨어졌고 2540선까지 밀린 채 한 주가 끝났다. 거래량은 5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미국 경제지표가 널뛰기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다시 불거졌고, 반도체 종목 ‘피크아웃(정점 후 둔화)’ 우려가 확산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블랙먼데이(8월 5일)’ 당시에도 7만원선을 사수했던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005930)마저 10개월 만에 ‘6만전자’로 추락했다.

6일(현지시각) 미국 나스닥 지수는 8월 비농업 고용 지표가 전망치를 밑돌면서 2.55% 급락 마감했다. 새로 나온 고용 지표 ‘악재’는 우리나라 증시에 반영되지 않았기에 월요일(9일) 장은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 월요일은 그렇다 치고, 이번 주 이슈는 무엇이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조선비즈DB

추석 연휴를 앞둔 이번 주(9~13일)도 시장은 미국 고용보고서·소비자물가지수(CPI)와 연방준비제도(연준·Fed) 통화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전보다 물가에 대한 시장의 민감도가 낮아지긴 했지만 연준 인사들이 공개 발언을 자제하는 ‘침묵 기간’인 만큼 이들 경제지표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11일 발표되는 8월 미 CPI의 경우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0.3%포인트 둔화된 2.6%의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상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9월 FOMC 전망은 0.25%포인트 인하로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회의에서도 0.25%포인트 단계적 인하가 예상됐다.

이외에 주목할 이벤트는 애플 신제품 출시와 미국 대선 텔레비전(TV) 토론이다. 코스피가 반등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두 이벤트의 혜택을 볼 수 있는 반도체와 IT·자동차 등 업종에 관해 단기 트레이딩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지표보다 투자자들에게 더 와닿을 요인은 10일 열리는 미국 대선후보 TV 토론이다. 박빙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 후보)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민주당 후보) 중 누가 승기를 잡는지에 따라 수혜주의 향방이 갈릴 수 있는 탓이다. 해리스 후보 지지율이 높아진다면 반도체·자동차·이차전지·신재생에너지 등 관련주의 반등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후보 우세 시 은행·기계·방산 등 업종이 선호될 전망이다. AI와 전력인프라 산업, 헬스케어는 어느 쪽이든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우리나라 증시가 하락 출발한다면, 미 대선 수혜주를 바텀 피싱(저점 매수)하는 전략이 가능할 것이라고 일부 전문가는 조언하고 있다.

9일엔 또 애플이 아이폰 16 신제품 시리즈를 공개한다. 첫 AI 기능 기대로 전작 대비 판매 호조가 예상되는 가운데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기업은 훈풍을 기대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AI 관련 피크아웃 우려와 수익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애플이 AI 부가가치를 판매 실적을 통해 증명한다면, 기술주 모멘텀(상승 여력) 연장과 함께 국내 시장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IT 업종이 반등, 상승세를 재개할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추석 연휴를 열흘여 앞둔 6일 서울 청량리종합시장이 장을 보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번 주는 추석 연휴 직전으로, 불확실성이 크다. 앞서 언급한 굵직한 이벤트가 있는 이번 주를 지나 추석 연휴 직후엔 미국에서 금리 인하 소식이 들려올 가능성이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오는 18일 끝나는 정례 회의에서 금리 방향을 결정한다. 이튿날인 20일 일본은행(BOJ) 통화정책 회의도 열린다. 이에 전문가들은 연휴 전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을 확보해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되기 전 경기둔화 조짐이 먼저 커지는 가운데 주식시장은 관망세에 접어들 전망”이라며 “경기침체 우려에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증시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니 외국인 보유 비중이 적은 업종과 종목을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