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A등급 신용채권(회사채·금융채)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등급 신용채는 A+와 A, A-로 구성되는데, AAA부터 BBB-까지의 10단계 투자적격등급 중 5∼7번째에 속하는 비우량 채권이다. A등급이지만, 위험이 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낮았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8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의 신용채 잔고(선순위 기준)에서 A등급 신용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말 19.0%에서 올해 7월 말 34.0%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올 7월 말 잔고 비중을 보면 전통 인기 우량채인 AA등급이 44.2%로 가장 컸고 A등급은 10.2%포인트 차이로 2위였다. 2022년 말에는 AA등급 51.3%, A등급 19.0%로 32.3%포인트에 달했던 비중 격차가 1년 반 사이에 3분의 1로 줄었다.

A등급 신용채의 투자 비중이 이처럼 높아진 건 은행 예적금 금리가 연 3∼4% 수준에 머물고, 국내 증시가 횡보를 거듭하면서 A등급 신용채가 고수익 대안 상품으로 떠오른 결과로 풀이된다.

현재 A등급 회사채(2년물)의 금리는 최대 6%대다. 통상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채권 금리는 높아진다. A등급은 비우량 채권이지만 투자적격등급 최하위권인 BBB급 채권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있다는 사실도 장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BBB 이하 채권의 개인 잔고 비중은 2022년 말 12.3%에서 올 7월 말 3.4%로 대폭 줄었다. BBB 다음 등급인 BB부터 채권은 ‘투기등급’이 된다. 약속한 돈을 못 받을 위험성(채무불이행)이 크다는 뜻이다.

선순위 기준 개인의 신용채 잔고 총액은 2022년 말 14조5000억원에서 올 7월 말에는 19조8000억원으로 36.6%가 증가했다.

이달 초 관련 보고서를 발간한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채권연구센터장은 “2022년 이후 선순위채를 중심으로 개인의 투자가 늘었다”며 “이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해 저신용등급 채권 투자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의 채권 투자 증가는 투자자 기반이 확대돼 채권시장과 경제 전반에 긍정 변화”라면서도 “채권은 종류에 따라 다양한 조건으로 발행되는 만큼, 채권 판매사는 위험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투자자도 이를 올바르게 이해한 후 거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