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로 미국 반도체주가 폭락하면서 4일 국내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급락 마감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5% 하락한 7만원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장중 6만9800원까지 하락하며 ‘육만전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장중 육만전자는 작년 11월 10일(6만9500원)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180억원, 2840억원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주가를 끌어내렸다. 개인이 전날에 이어 이날도 순매수(7730억원)를 이어갔지만, 하락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8월 5일 글로벌 증시가 크게 떨어진 ‘블랙 먼데이’ 이후 삼성전자는 한 달 동안 8.9% 하락해 글로벌 시가총액 100대 기업 중 수익률 꼴찌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30위(약 465조원)인 세계적 기업이지만, 부진한 수익률로 체면을 구겼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 기간에 삼성전자 주식을 2조4048억원어치 처분한 것이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한 달 수익률 최상위에 속한 그룹은 일라이릴리(19%), 월마트(13%), 버크셔해서웨이(11%) 등 전부 미국 회사들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4~6월)에 영업이익 10조원을 넘기면서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하는 호실적을 거뒀지만, 주가는 영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소액 주주들은 “실적대로 주가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NH투자증권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고객 63만8500명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65%가 현재 평가 손실 중이다. 현재 주가가 고객들의 매수 가격보다 낮다는 뜻이다. 3일 기준 NH투자증권 계좌로 삼성전자에 투자한 고객들의 평균 수익률은 -0.9%로 신통치 않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 관련 제품에 대한 실적 효과는 내년에나 확인되는 상황인데 PC·모바일 수요가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주가가 고비를 맞았다”면서 “엔비디아 고대역폭 메모리(HBM) 납품 통과 등 향후 실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어야 주가도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