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과 달리, 지난 10년간 추석 전 국내 주식시장의 성적표는 안 좋을 때가 더 많았다. 올해는 9월 16~18일 추석 연휴 직후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발표가 예고돼 있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 전문가들은 연휴 전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을 확보해 두라고 조언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추석 연휴 전 10거래일간 코스피지수 평균 상승률은 마이너스(-) 0.9%로 집계됐다. 2015년과 2018년, 2019년 3차례만 지수가 상승했고, 나머지 해엔 지수가 하락했다. 특히 2020년과 2023년 추석 연휴 전 10거래일간 코스피지수는 4% 넘게 내렸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시장 내 유동성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긴 연휴를 앞두고 헤지(위험 회피)를 위해 현금을 쥐고 있으려는 투자자가 많아서다. 지난 10년 동안 추석 연휴 전 10거래일간 하루 거래대금 규모는 연평균보다 5.4%가량 적었다. 유동성이 마르는 만큼 매도 규모가 작아도 평소보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픽=정서희

올해는 추석 연휴 전후로 대형 이벤트가 몰려 있다. 먼저 오는 10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대선 TV 토론이 예정돼 있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 토론에서 맞붙는다. 이어 ▲11일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 ▲12일 유럽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 ▲13일 중국 경기 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다.

추석 연휴 직후엔 미국에서 금리 인하 소식이 들려올 가능성이 크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오는 18일 끝나는 정례회의에서 금리 방향을 결정한다. 한국 시각으로 추석 연휴가 끝나고 국내 주식시장이 개장하는 19일 오전 3시쯤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앞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지난달 23일 잭슨홀 심포지엄 연설에서 “통화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왔다”며 9월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이튿날인 20일 일본은행(BOJ) 통화정책회의도 열린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낮추고 일본이 매파 기조를 보일 경우 다시 한번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이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변동성에 대비해 현금 보유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투자 전략을 점검해 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추석 연휴 기간과 직후에 많은 이벤트가 집중된 만큼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 비중을 확대해 안정성을 높일 것을 추천하고 있다”고 했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자산 분배 차원에서 위험 요인을 줄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비해 유동성을 최대한 높일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서학개미(미국 주식 개인 투자자)도 이른바 ‘9월 효과’를 염두에 둬야 할 전망이다. 9월 효과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상승률이 대대로 9월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서 유래했다. 특히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2021년 이후 S&P500지수의 9월 하락률은 평균 6%가 넘는다.

9월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계절적으로 유동성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기업 법인세 납부와 글로벌 헤지펀드의 북클로징(회계연도 장부 결산), 유대교 신년·속죄일 연휴에 거래가 둔화하기 때문이다.

다만 FOMC 등이 지나간 후를 투자 기회로 삼을 수는 있다. 미국 노동절(매년 9월 첫째 주 월요일) 이후 연말까지로 S&P500지수 상승률을 따져보면 2000년대 들어 23차례 가운데 18차례 강세를 보였다. 지난 5년으로 좁혀봐도 2022년을 제외하면 모두 상승했다.

이민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노동절부터 연말까지 S&P500지수 수익률은 확률적으로 나쁘지 않다”며 “9월 월간 수익률이 보통 좋지 않았다면, (반대로) 연말 효과를 기대해 매수하기 좋은 시점이라고 유추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