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 기업수가 지난해와 올해 330여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나스닥을 벤치마킹한 코스닥시장에선 같은 기간 상장 기업 수가 130여 개 늘었다. 나스닥은 부실 기업을 신속하게 퇴출시키고 기업 간 인수합병(M&A)을 통해 대형화를 추구하는 반면, 코스닥은 이런 장치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래픽=양진경

◇나스닥 334개 줄 때 코스닥은 137개 늘어

1971년 만들어진 나스닥 시장은 기업 규모보다 성장성과 혁신성을 중시해 테크주나 성장주들이 주를 이룬다. 블룸버그와 삼성증권에 따르면, 나스닥 상장 기업 수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연말 기준으로 2400~2600여 개 사이를 오갔다. 그러다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 2919개, 2021년 3648개로 급증세를 보였고, 2022년 3668개로 정점을 찍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양적 완화 정책 등으로 금리가 낮아져 돈을 빌리기 쉬운 ‘이지 머니(easy money)’ 시기에 기술특례상장으로 나스닥에 상장한 신규 테크 기업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나스닥 상장 기업 수는 2023년 말 3417개, 2024년 8월 말 3334개로 감소했다. 2022년 말보다 334개(9.1%) 줄어든 것이다.

반면 코스닥 상장 기업 수는 매년 증가세다. 2010년 말 1035개였던 코스닥 종목 수는 2015년 1154개, 2020년 1471개, 2022년 1615개로 계속 늘었다. 나스닥 종목이 줄어들기 시작한 2023년 이후에도 코스닥 상장 기업 수는 꾸준히 늘어 지난 8월 말에는 1752개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 말과 비교하면 137개 늘었다. 올해 상장 폐지된 코스닥 기업은 30개였다.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37개 코스닥업체가 퇴출되는 데 그쳤다.

그래픽=양진경

◇美, 부실기업 퇴출시키고 M&A도 활발

나스닥과 코스닥의 종목 수 변화 차이는 상이한 부실기업 퇴출 기준과 기업 간 M&A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나스닥 상장사는 30영업일 연속으로 주가가 1달러 미만이면 경고를 받고, 이후 일정 기간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상장폐지 통보를 받는다. 기업이 이의를 제기하면 최장 540일까지 개선 기간을 받을 수 있다. 부실기업을 최장 1년 반 이내에 퇴출시키는 것이다.

코스닥 상장사도 자본 잠식이나 매출액 미달, 횡령·배임 등 시장 거래에 부적합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를 받는다. 하지만 개선 기간 부여와 이의 신청·소송 등이 이어질 경우 3~4년가량 상장폐지 절차가 지연된다. 나스닥보다 퇴출 기간이 2배 넘게 긴 것이다.

구글·브로드컴 같은 빅테크 기업이나 제약·부동산 등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M&A에 나서는 것도 나스닥 종목 수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브로드컴이 클라우딩 컴퓨팅 기업 VM웨어를 인수했고, 올해에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일리가 모픽홀딩스를, 존슨앤존슨이 쇼크웨이브 메디컬을 인수했다. M&A를 통해 피인수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초기 투자 자금을 회수(엑시트)할 수 있게 된다.

반면 M&A가 활성화되지 않은 한국에서는 스타트업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상장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기업 M&A 건수는 60건으로 2022년(158건)보다 62%가량 줄었다.

◇”코스닥에 남는 건 잡주뿐”

부실기업이 쉽게 퇴출되지 않는 철밥통 문화는 코스닥 시장의 건전한 기업이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친다. 누적된 손실로 상장 1년 만에 동전주(주가 1000원 미만인 종목)로 전락한 백신 개발 업체 ‘큐라티스’, 자본 잠식을 피하기 위해 무상 감자를 진행했다가 지난달 매매 정지를 당한 ‘제주맥주’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12월 결산 코스닥 상장 법인 1146개 중 38.5%인 441개가 올해 상반기에 적자를 봤다.

금융위원회는 코스닥의 상장폐지 절차를 기존 3심제에서 2심제로 단축하는 등 퇴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심사 개선안을 추진 중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실적 좋은 기업들은 유가증권 시장으로 빠지고 코스닥은 결국 ‘잡주들의 놀이터’라는 자조 섞인 시선을 끊으려면 신속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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