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가시화하면서 엔화 가치가 반등하기 시작하자, 엔화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상승세다. 개인들은 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되면서 ETF 가격이 주춤하자 연초부터 물을 타왔는데, 최근 엔화 ETF가 수익 구간으로 진입하자 더 기다리지 않고 서둘러 원금을 회수하는 모습이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23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8월 들어 전날까지 미국 달러화 대비 엔화(엔·달러) 환율은 149.98엔에서 145.36엔으로 3.08% 하락했다. 지난달 3일 161.68엔까지 올랐던 엔·달러 환율은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엔화 가치가 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엔화 관련 ETF도 강세다. 이달 들어 KB자산운용의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 ETF는 각각 6.78%, 6.41% 상승했다. 이는 엔화로 환전해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구조다. 엔화 가치 상승에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을 동시에 얻을 수 있어 한동안 인기를 끌었다. 이 외에 엔선물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일본엔선물’ ETF는 1.69% 상승했다.

개인들은 연초부터 엔저 현상이 곧 끝날 것이란 기대에 엔화 투자 ETF를 대거 사들였다.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 ETF에는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1434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개인들은 지난 3월 상장한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 ETF도 지난달까지 423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하지만 140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이 지난달 160엔을 넘기는 등 약세가 계속됐다. 이에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 ETF는 연초 대비 10% 넘게 하락하는 등 계속 골골대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엔화 가치가 회복세를 보이자 개인들은 재빠르게 원금 회수에 나섰다. 개인들은 이달 1일부터 22일까지 ‘TIGER 일본엔선물’ ETF를 346억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지난달까지 107억원을 사들였던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 ETF는 이달 145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 ETF는 아직 매도세로 전환된 것은 아니다. 다만 순매수 규모가 지난달(46억원)의 절반 수준인 21억원 규모로 줄었다.

증권가에서는 엔화 가치가 제한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말 일본의 ‘깜짝’ 금리 인상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일본 엔화를 빌려 전세계의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것) 청산 공포와 함께 엔화 강세가 나타났지만, 전문가들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JP모건자산운용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하하고, 미국 경제가 안정화하는 경우에만 일본은행(BOJ)이 다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만약 미국의 경기침체가 현실화하면 일본의 금리 인상은 끝날 것이고, 추가 금리 인상은 내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오는 23일 예정된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의 연설에 따라 엔화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우에다 BOJ 총재가 실기를 인정하기보다는 정당성을 강화하는 발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엔화 쪽에서의 잠재적인 변동성이 발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