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경기 침체 우려가 주말 사이 불어나 5일 아시아 증시를 덮쳤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2.5% 폭락했고, 대만 가권지수도 8% 넘게 떨어졌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만 1% 하락하는데 그치며 상대적으로 선방한 모습이다. 이날 한국 유가증권(코스피) 시장은 장중 10% 넘게 급락하며 24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5일 도쿄의 한 거리에서 일본 도쿄 증시 표시판이 보이고 있다. 이날 닛케이 지수은 7% 이상 하락했다. /AFP 연합뉴스

이날 일본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490.04포인트(12.50%) 내린 3만1419.66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하루에 3836포인트가 떨어졌던 1987년 10월 20일 ‘블랙 먼데이’를 뛰어넘었다. 닛케이지수는 지난 7월 11일 종가 기준으로 4만2224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를 경신했으나, 불과 한 달 만에 올해 상승분을 모두 토해내게 됐다.

일본의 종합주가지수인 토픽스(TOPIX)도 전장보다 12% 넘게 하락하며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1987년 이후 최저치다. 장중 오사카 증권거래소는 동일본 대지진 직후인 2011년 3월 15일 이후 처음으로 토픽스 선물 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하기도 했다.

대만 가권지수 역시 이날 1807.21포인트(8.35%) 하락한 1만9830.88에 거래를 마쳤다. 가권지수 역시 지수 산출이 시작된 1967년 이후 57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었다. 지수 자체론 지난 4월 23일 이후 3개월 반 만의 최저치다. 특히 시가총액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기업 TSMC가 9.7% 급락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와 달리 중국과 홍콩은 지수가 1~2%대 빠지며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44.64포인트(1.54%) 내린 2860.70, 홍콩 항셍지수는 360.54포인트(2.13%) 하락한 1만6586.47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한편 이날 한국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34.88포인트(8.78%) 내린 2441.31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0% 넘게 빠지며 2400선이 붕괴됐는데, 장 마감 직전 낙폭을 줄였다. 코스닥 지수도 이날 762.92에 출발했지만, 장 중 낙폭을 확대하며 88.09포인트(11.08%) 내린 691.24에 거래를 마쳤다.

아시아 증시의 동반 하락은 지난 2일 발표된 미국의 7월 고용보고서에 따른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투심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이데 신고 수석 투자전략가는 “누군가 ‘불이야’라고 외쳤을 때와 같은 광경”이라며 “시장 참가자들이 시장으로부터 자금을 단번에 빼내려 하면서 매도가 매도를 부르고 있다”고 했다.

또 엔화 절상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를 저리로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 청산이 본격화되면서 유동성 환경이 악화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4.3엔(2.93%) 하락한 달러당 142.3엔에 거래됐다.(엔화 가치는 상승) 이는 일본 중앙은행(BOJ)이 지난달 31일 정책금리를 기존 0~0.1%에서 0.25%로 인상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된 이후 악화일로인 중동 사태와 버크셔 해서웨이의 애플 지분 축소, 엔비디아의 신제품 설계 결함설 등 다수의 악재가 한꺼번에 겹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