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큐텐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물류 회사 큐익스프레스 경영권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큐익스프레스의 일부 재무적 투자자(FI)들이 구 대표 지분까지 끌어다 통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관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자리해 있다./뉴스1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큐익스프레스의 일부 FI들이 경영권 인수 추진을 논의하고 있다. FI들이 경영권을 갖게 되면 큐텐그룹 지분 매각을 통해 밀린 정산대금을 갚겠다던 구 대표의 구상도 어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큐익스프레스가 지금까지 투자 받은 돈은 1600억원대 후반이다. 2019년 우선주에 600억원을 투자한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이하 크레센도)와 2021년 큐텐 EB(교환사채)에 300억원과 200억원 후반을 투자한 코스톤아시아·메티스톤에쿼티파트너스(이하 메티스톤), 그리고 지난 2021년 큐익스프레스 CB(전환사채)에 500억원을 투자한 캑터스PE·산업은행PE가 주요 FI다. 이들 중 지분율이 가장 높은 FI는 크레센도로, 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꾸면 지분율이 34.2%에 육박할 전망이다. 큐텐과 구 대표 지분율은 95.2%서 62.6%로 떨어진다.

FI 연합은 지난달 구 대표를 대신해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마크 리 최고재무책임자(CFO)까지 교체할지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 큐텐과 구 대표가 보유한 큐익스프레스 잔여 지분은 인수하지 않을 전망이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마크 리 CEO는 큐익스프레스 상장에 대해 깊게 관여한 인물”이라며 “FI들이 큐텐과 구 대표 지분을 끌어다 함께 매각할 권리(드래그얼롱)를 갖고 있어, 굳이 그들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큐익스프레스는 싱가포르에 소재 물류 회사다. 한국·일본·동남아 등에서 해외직구를 전문으로 하는 물류회사로, 지난해 매출액은 5126억원 영업손실은 537억원을 기록했다. 큐익스프레스는 올해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었지만, 큐텐 사태로 위기에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