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예상보다 오랫동안 버티기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의 경기 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타나면서 미 국채 금리가 오르고, 금리 인하 기대감도 위축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추격 매수를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픽=손민균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 H)’ ETF는 최근 한 달간(3월 12일~4월 12일) 13.17% 떨어져 전체 ETF 하락률 6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 외 장기채 ETF인 KB자산운용의 ‘KBSTAR 미국장기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 H)’(-10.62%),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채30년스트립액티브(합성 H)’(-9.62%),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6.69%) 등도 약세다. 이는 코스피 지수가 같은 기간 0.83% 오른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투자자들은 오는 6월 미국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었다. 금리가 인하되면 장기채 가격은 오르기 때문에 차익 실현을 할 수 있다. 이에 최근 한 달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장기채 ETF를 총 252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같은 기간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5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지만 이번에도 기대는 빗나갔다. 지난 5일(현지 시각) 미국의 3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30만3000건 증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 이어 10일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4% 올랐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예상치는 각각 20만건, 0.3%였다. 견조한 고용 지표는 경기가 튼튼해 굳이 금리를 낮추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보여주고, 높은 CPI는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10일 4.5%를 넘기며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지난 11일 발표된 미국의 도매 물가인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예상치(0.3%)보다 낮은 0.2%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금리 인하 가능성을 크게 끌어올리진 못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5.25~5.50%로 동결한 확률은 75.79%다. 9월 0.25%포인트 금리 인하에 나설 확률도 44.7%에 그친다.

증권가에서는 장기채 관련 ETF의 추격 매수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국제유가가 올여름 배럴당 100달러대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금리 하락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2022년 말부터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을 기대하며 미국 장기채를 매수하고 있지만, 물가가 생각보다 오래 버티면서 인고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3%를 넘으면 매수를 검토할 수 있지만, 당분간은 시장이 악재를 소화하는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유가가 배럴당 83달러 이하로 안정되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