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 M16 전경. /SK하이닉스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005930)와 2위 SK하이닉스(000660)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외국계 기관의 매수세에 힘입어 시총이 올해 들어 22조원 늘어난 반면, 삼성전자는 외국인의 외면을 받으며 8만원선 문턱에서 하락 전환했다. 시총이 연초 고점 대비 39조원이나 줄었다.

SK하이닉스의 주가 향방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미국 엔비디아를 주시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호실적 덕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수요가 늘며 SK하이닉스가 수혜를 본 만큼,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 주가는 밀접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외국인은 SK하이닉스 주식을 1조6500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8일 기준 외국인 지분율은 사상 최고치인 54.35%에 달했다.

외국인의 매수세는 SK하이닉스 주가를 올 들어 21%나 끌어올렸다. 연초까지만 해도 13만~14만원대에서 등락하던 주가가 8일 17만1900원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시총은 22조1300억원 늘었다. SK하이닉스의 선전에 힘입어 SK그룹 시총은 2022년 1월 27일 이후 2년여 만에 LG그룹을 추월하며 2위를 탈환했다. LG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373220) 상장 이후 줄곧 2위 자리를 지켜왔다.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한 것은 엔비디아 덕이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인공지능(AI)용 초고성능 D램 ‘HBM3’의 양산을 시작한 이후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5세대 HBM인 ‘HBM3E’의 공급도 시작한다. 엔비디아의 ‘H200′ 출시 일정에 맞춰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뉴스1

엔비디아 주가는 올 들어 80% 넘게 오른 상태다. 8일(현지 시각)에는 5.6% 급락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지만, CFRA리서치의 샘 스토벌 수석 투자전략가는 “이날 주가 하락이 장기적으로 업사이드 포텐셜(우상향 잠재력)이 끝났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며 “과매수 구간에 있어 일부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앞다퉈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올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19만2000원의 목표가를 제시했다. 주가수익비율(PBR)을 2.1배로 올렸는데, 이는 직전 메모리 반도체 업사이클 당시 PBR인 1.7배에 25%를 할증한 수치다. 채민숙 연구원은 “올해까지는 SK하이닉스의 HBM 리더십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 다올투자증권은 19만원, 유진투자증권은 18만원의 목표가를 제시했다.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할 동안 삼성전자는 외국인의 매도세에 밀려 하락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주가가 7만9800원(1월 2일 장중 최고가)까지 오르며 ‘8만전자’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지만, 같은 달 18일 7만700원까지 떨어진 뒤 박스권에서 등락 중이다.

외국인은 최근 한 달 동안 삼성전자 주식을 9050억원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2위 네이버(NAVER(035420))의 순매도액(5200억원)보다 74%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