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캐피탈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신기술금융 등 이른바 투자금융에 힘을 싣고 나섰다. 투자금융 1본부 내 부서였던 벤처투자부를 올해 초 본부로 조정한 데 더해 최근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이 몰린 강남에 벤처투자본부 별도 공간을 꾸렸다.

서울 중구 청계천로 신한캐피탈 본사. /조선DB

24일 VC업계에 따르면 신한캐피탈은 지난달 투자금융그룹 산하 벤처투자본부를 강남으로 이관, ‘강남 시대’를 열었다. 기존 기업금융그룹 강남금융부가 사용했던 강남구 테헤란로 강남파이낸스플라자 2개 층을 1개로 줄이고, 벤처투자본부 2개 부서를 배치했다.

신한캐피탈 측은 “업무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신기술금융을 담당하는 투자금융그룹 내 벤처투자본부를 스타트업이 몰린 강남에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신한캐피탈이 신기술금융 사업 포트폴리오 내 벤처투자 일부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신한캐피탈의 벤처투자 조직 개편은 지난해 말 한 차례 진행됐다. 연말 정기인사와 동시에 벤처투자부를 본부로 조정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벤처투자본부는 투자금융그룹 투자금융 1본부 내 부동산 대체투자부와 묶여있었지만, 별도 본부 2개 부서로 조정됐다.

신기술금융 순익 증가 속에 신한캐피탈이 신기술금융을 직접 운용하는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신한캐피탈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KB캐피탈 등 금융지주 캐피탈사 순이익이 일제히 뒷걸음치는 중에도 홀로 소폭 성장을 이어갔다.

신한캐피탈은 작년 3040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대비 0.2% 증가한 수치다. 1조6200억원을 웃도는 신기술금융 자산을 앞세워 지난해 3분기까지 신기술금융에서 1553억원 넘는 수익을 낸 게 영향을 미쳤다. 1년 전과 비교해 약 30%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캐피탈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 신기술금융 출자금으로만 1262억원 수익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2020년 5618억원 수준이었던 신기술금융 자산이 지난해 1조6223억원으로 3년 새 3배 가까운 수준으로 늘어난 영향이 컸다.

캐피탈업계 한 관계자는 “신한캐피탈의 신기술금융 순익 증가는 신기술금융조합의로의 출자금 회수 성과가 컸던 영향”이라면서 “직접 운용하는 벤처투자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 수준으로, 한쪽으로 몰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신한캐피탈의 신기술금융 자산은 캐피탈업계 독보적인 1위로 꼽힌다. 특히 같은 금융지주 계열사인 KB캐피탈(약 250억원)과 우리금융캐피탈(약 580억원)은 물론, 기업 지원을 주로 하는 IBK캐피탈(약 7778억원)과 산은캐피탈(약 7766억원)보다도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신한캐피탈이 처음부터 신기술금융에 힘을 쏟은 것은 아니었다. 신한캐피탈은 지난 2020년 10월 그룹 차원의 여신금융 포트폴리오 조정에 따라 9500억원 규모의 리테일 자산을 신한카드에 양도해야 했다. 이후 해당 자금으로 신기술금융 분야를 꾸준히 키워 왔다.

업계에선 강남 시대를 연 신한캐피탈이 올해 벤처투자 드라이파우더(펀드 조성 후 집행하지 않은 자금) 소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VC에 투자 자금을 출자하는 기관투자자(LP) 역할을 넘어 운용사(GP) 역할도 확대했기 때문이다. 신한캐피탈은 공동 GP(Co-GP) 방식으로 작년에만 15개 펀드를 결성했다.

한편 신한캐피탈의 신기술금융 강화는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KB캐피탈만 해도 신기술금융을 포함한 투자금융 사업에 올해 3500억원을 더 투자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신한캐피탈과 같이 Co-GP 펀드를 만들어 직접 GP로도 활동한다는 방침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