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신탁사 중 자본력이 가장 우수한 한국토지신탁이 회사채 1000억원을 발행하기 위해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 나섰다가 투자 수요를 메우지 못해 미매각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수요예측 직전 한국토지신탁의 신용등급은 기존 A(부정적)등급에서 A-(안정적)로 강등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인한 건설사의 리스크가 신탁사에 전이되는 모양새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은 지난 14일 1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총 38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2년물 700억원, 3년물 300억원으로 구성했는데, 이중 3년물은 완판됐지만, 2년물에서 미매각이 대거 발생했다. 건설채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을 고려해 희망 금리밴드를 개별민평금리 대비 -30bp(1bp=0.01%포인트)~+70bp로 넓게 제시했지만 모집 물량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매각 물량이 발생하면서 한국토지신탁의 조달 비용은 더욱 커지게 됐다. 수요예측 전날 기준 한국토지신탁의 개별민평금리는 2년물 6.321%, 3년물 6.656%였다. 금리밴드 최상단인 70bp를 더하면 2년물은 7.021%, 3년물은 7.356%가 된다. 최종 발행금리는 발행 전날 확정될 예정이다. 미매각 물량은 단독 주관사인 KB증권이 떠안게 된다.
최근 한국토지신탁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한국신용평가 한국토지신탁의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한 단계 낮췄다.
한국신용평가는 "신탁 수주 감소로 시장지배력, 이익창출력이 저하됐다"며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을 고려할 때, 실적 회복에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신용등급 강등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022년부터 실적이 빠르게 하락하는 추세다. 한국토지신탁의 2022년 당기순이익은 414억원으로 2010년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수주 실적 감소로 시장점유율과 이익창출력이 떨어진 데다 부실 자산 규모가 신탁사 14곳 중 가장 많이 늘어난 영향이다.
보통 신탁사는 자금력이 떨어지는 토지 소유자(시행사)로부터 토지를 위탁받아 인허가, 시공, 분양, 입주 등 부동산 개발 전반을 대신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지난해부터 공사비 급등과 금리상승 등으로 건설사들의 자금 사정이 열악해지면서 신탁업계가 준공 책임을 떠안게 되는 등 위험도가 전이된 셈이다.
한국토지신탁의 영업수익 기준 시장점유율도 2018년 21%에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0%로 크게 떨어졌다.
한국신용평가는 "부채비율은 79%로 전반적으로 양호하지만, 향후 개발사업 진행 과정에서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주택 분양 경기 저하, 급격한 금리 상승 등 건설사의 사업 변동성, 재무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가운데 그룹사에 대한 직∙간접적 재무 지원이 나타난다면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