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를 일컫는 ‘서학개미’가 애플 대신 엔비디아를 대거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 보유 주식 평가액 2위 자리도 엔비디아가 차지하며, 애플은 3위로 밀려났다.

일러스트=정다운

1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국내 투자자가 보유 중인 미국 증시 상장 종목 가운데 주식 평가액이 가장 큰 종목 1위는 테슬라(약 104억8400만 달러)가 차지했다. 이어 엔비디아(약 61억5700만 달러)와 애플(약 47억4400만 달러)이 각각 2·3위에 올랐다.

상장지수펀드(ETF) 종목을 제외한다면 4·5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약 32억7600만 달러)와 알파벳(약 21억200만 달러)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눈에 띄는 대목은 2·3위의 순위 변동이다. 애플은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연말까지 테슬라에 이어 국내 투자자의 보유 주식 평가액 2위를 지켜왔다. 그러나 약 3년 5개월 만에 엔비디아에 자리를 내어주게 됐다.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서학개미는 애플을 약 1억8300만 달러(한화 약 2400억원) 규모로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엔비디아에 대해서는 1억400만 달러(한화 약 14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애플에 악재가 겹치자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애플의 주가는 192.53달러(지난해 12월 29일 종가) 대비 189.41달러(지난 7일 종가)로 1.6% 하락한 상태다. 지난해 말 애플워치 최신 모델에서 혈중 산소 측정 기능을 제거하며 미국 의료기술기업 마시모와의 특허 분쟁에서 사실상 패배했고, 지난달에는 중국 판매 부진에 이례적인 가격 할인에 나서기도 했다.

매출 저조와 AI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이 투자 의견을 강등했다. 미국 투자 전문매체 배런스는 애플의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며 7대 빅테크 대표종목을 뜻하는 ‘매그니피센트 7′에서 테슬라·메타와 함께 애플을 제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AI 수요 증가 기대감에 힘입어 엔비디아에는 매수세가 몰렸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7일 종가 기준 700.99달러로, 지난해 말(495.22달러) 대비 41.6% 급등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