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신용등급 ‘부정적’ 전망을 달고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부정적이란 꼬리표는 향후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채권 투자심리를 위축하는 요소다. 일단 수요예측 과정에서 완판은 됐는데, 발행 금리가 배로 뛰었다. 이마트는 앞서 투심 악화를 예상해 증권사 9곳을 선정했는데, 이 선택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마트 본사 전경(성수점) /뉴스1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날 이마트(AA)는 차환 목적으로 최대 4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지난 2019년 2월 연 2.21%로 빌린 회사채 2000억원의 만기가 이달 26일 돌아오기 때문이다.

당시 연 2%대 금리에 자금을 융통했지만, 이번 금리는 배로 뛰었다. 수요예측 결과 3년물(2050억원)은 개별 민평금리 대비 19bp 높은 4.025%, 5년물(950억원)은 30bp 높은 4.329%에 물량을 채웠다. 완판엔 성공했지만, 이자 부담은 해소하지 못한 셈이다.

앞서 이마트가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을 받은 후 첫 회사채 발행이어서 기관투자자 선호도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지난해 12월 국내 신용평가 3사는 이마트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린 바 있다. 향후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투자 위험도가 높아지게 된다.

이런 우려가 커지자 이마트는 주관사, 인수단 등 총 9개 증권사를 모아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투자수요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여러 곳에서 소액으로 물량을 받아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대표 주관사에는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이 이름을 올렸다. 이어 인수단에는 SK증권, 현대차증권, 하나증권, 대신증권, 삼성증권 등이 참여했다.

9곳이 붙으면서 각 사가 챙기는 몫도 적어졌다. 수수료는 인수 금액의 0.15%가 책정되는데, 3000억원 기준으로 4억5000만원이 전체 증권사에 돌아가는 몫이다. 인수 물량마다 수수료는 다르지만, 한 곳당 평균적으로 5000만원 정도를 챙기게 된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불안정하거나 발행 규모가 클수록 주관사 수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엔 중소형 증권사들의 딜 수임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통업을 영위하는 이마트는 납품 대금 지급을 위한 현금성 자산이 필요하기에 주기적으로 회사채 시장을 찾을 전망이다. 지난해 1월, 7월에도 각각 3900억원, 5000억원의 채권을 찍어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다만 이마트를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과 달라지면서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오프라인 소매유통 부문 사업 경쟁력이 약화하는 가운데 이커머스 부분의 투자 성과 발현도 늦어지고 있다”며 “이커머스 부문의 높은 비용 부담, 건설 부문의 실적 악화 등으로 연결 기준 영업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현금흐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영업현금흐름의 뚜렷한 개선이 어려운 상황에서 재무안정성은 더욱 저하될 수 있다”며 “신규 출점을 재개하고 핵심 영업자산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사업전략을 바꾸면서 자산매각을 통한 대규모 자금 마련도 어려워졌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