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042660)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선 가운데, 최근 주가 하락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예상보다 5000억원 넘게 급감했다. 다만 신주 발행가액이 저렴해진 만큼, 투자자들이 시세 차익을 노리고 청약에 나설 유인은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전날 유상증자 발행가액을 1만6730원으로 확정했다. 지난 8월 유상증자를 처음 추진할 때 예상했던 발행가액 2만2350원보다 25.1%(5620원) 낮아, 총 조달 자금도 2조원에서 1조4971억원으로 5029억원이나 줄었다. 한화오션은 주식 총 8948만5500주를 새로 찍어낼 예정이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제1 독(dock·선박 건조장)에서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4척이 동시에 지어지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 주가가 발행가액 산정 기간 동안 내림세를 보이면서 유상증자를 통한 조달 규모도 감소했다. 한화오션이 예상 발행가액을 정했던 지난 7월 24일부터 8월 22일까지 가중산술평균주가(총거래액을 총거래량으로 나눈 값)는 4만3679원이었다. 그러나 확정 발행가액이 된 2차 발행가액을 책정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가중산술평균주가는 2만3943원에 그쳤다.

조달 가능한 금액이 크게 줄어들자 한화오션이 계획했던 사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시설자금으로 쓸 계획이었던 8500억원은 5700억원으로 줄었다. 차세대 함정과 스마트십, 스마트야드 기술을 개발을 위한 운영자금도 총 4500억원에서 2071억원으로 줄었다. 다만, 한화오션은 자체 자금을 활용해 당초 계획대로 진행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유증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돈이 줄었지만, 한화오션은 타 법인 지분 취득에 할애한 예산을 오히려 늘렸다. 7000억원에서 7200억원으로 증액했다. 특히 해상풍력사업에 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이는 당초보다 1000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한화오션은 해상풍력설치선(WTIV) 건조뿐 아니라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의 직접 진행도 목표로 잡고 있다.

한화오션은 또 해외 조선소에 32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북미 지역 조선소가 유력하다. 한화오션은 해외 함정 생산 거점을 토대로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최근 캐나다 현지 기업 4곳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 기반을 닦은 것도 그 일환이다. 한화오션은 해외 MRO(유지·보수·점검) 업체에도 1000억원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유상증자의 발행가액이 낮아진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 청약 참여 부담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오션의 유상증자 발행가액(1만6730원)은 이날 오전 11시 기준 주가(2만5900원)보다 35.4%(9170원) 저렴하다. 한화오션은 오는 8일 우리사주조합 청약, 8~9일 구주주 청약, 13~14일 일반공모를 진행한다. 주금 납부를 거쳐 신주가 오는 28일 상장될 예정이다.

한화오션은 신주 8948만5500주 가운데 우리사주조합에 1798만7100주(20.1%)를 배정했다. 우리사주조합 사전 청약률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이 1년 동안 임직원들에게 유상증자 참여를 위한 대출 이자를 지원해 주기로 한 영향이 컸다. 임직원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이나 소셜미디어(SNS) 등에도 '풀 매수(가용 자금을 최대한 쏟아부어 매수한다는 뜻)하겠다'는 글이 줄 잇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화시스템(272210) 등 한화그룹은 신주 3447만7042주(38.5%)를 배정받는다. 다만 또 다른 주주인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은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이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 한화그룹이 배정 물량의 20%인 689만5408주를 초과 청약하더라도 최소 1500만주가량을 일반공모로 해결해야 한다. 만약 일반공모를 거친 뒤에도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주선인이 남은 물량을 떠안아야 한다.

한화오션의 유상증자 후 주가 향방을 투자자들이 어떻게 점치는지가 청약 흥행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한화오션이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모두 채무 상환이 아닌 사업에 투자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적도 개선 중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3분기에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앞서 1조1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던 SK이노베이션(096770)도 지난달 5일 신주 상장 후 주가가 발행가액(13만9600원) 대비 14.8%(1만9200원)까지 빠졌다가, 지난 3일 '깜짝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반등했다.

다만 한화오션이 공들이는 특수선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 주가 흐름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이 국내 다른 조선사보다 상대적으로 올해 수주 실적이 저조하고, 2024년 입찰이 예정된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사업이나 해외 방산 수주도 장담할 수 없다"며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보다는 그 이후 주가가 하락했을 때 저가 매수하는 방향을 선택할 투자자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