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퇴직연금 자산을 인공지능(AI) 기반 로보어드바이저(RA)로 운용할 수 있게 된다. 퇴직연금 일임 서비스를 제공 중인 증권사와 은행, 로보어드바이저 회사들이 알고리즘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새 먹거리를 찾는 모습이다. 다만 RA 운용 규모가 7월 이후 급감하는 등 저조한 수익률에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 요인이다. RA 투자가 직접 투자보다 경쟁력이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다. AI가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개인의 투자 성향을 반영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뒤 운용하는 자산 관리 서비스다.

조선DB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코스콤은 이달 27일까지 테스트베드 알고리즘 정기심사 신청을 받는다. 코스콤 테스트베드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 투자 관련 알고리즘이 잘 작동해 상품으로 출시되기에 문제가 없는지 심사한다. 현재까지 접수한 기업은 2곳으로, 총 56개의 알고리즘에 대한 심사를 요청했다.

향후 정기심사에 신청할 의사가 있는 기업들도 줄을 섰다. RA기업 콴텍과 파운트는 10개 이상의 알고리즘을 개발해 신청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도 2개의 알고리즘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외 KB증권과 신한은행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상반기 이후 RA 퇴직연금 투자일임 서비스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행 규정상 RA 서비스 사업자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포트폴리오만 추천할 수 있다. 이번 코스콤의 정기심사가 통상 7개월 정도 걸리고, 금융위의 퇴직연금 일임 운용에 대한 혁신 금융 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 심사가 한 달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관련 상품 출시는 7월 이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걸림돌은 RA 시장이 최근 크게 위축됐다는 것이다. 코스콤에 따르면 RA 자금은 지난달 7785억원으로 7월(1조9426억원)보다 약 60% 가까이 급감했다. 은행이 기존 1조6442억원 규모의 운용자금을 5183조원으로 70% 가까이 줄인 영향이 컸다. 하나은행은 RA ‘하이로보’ 서비스 중 개인연금의 추천 서비스를 비롯해 목돈 투자, 적립 투자 서비스를 7월 26일 이후 중지했다. 리밸런싱 부문 또한 8월 25일 이후로 추천 서비스 제공을 멈췄다. 한 은행 관계자는 “RA 서비스를 고도화해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라 기존에 제공했던 서비스를 줄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 등으로 퇴직연금 수익률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저조한 수익률도 RA 투자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올해 초부터 9월까지 코스피 지수가 13.88% 상승할 때 RA 알고리즘의 평균 수익률은 4.49%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각종 운용 규제로 인해 RA는 운용 능력을 극대화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중장기적으로 RA 자산관리 성과가 안정적이라는 것이 입증돼야 새 먹거리인 퇴직연금 일임 투자에서도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는 리스크 관리 특성상 장기 상품에 최적화돼 있다”며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퇴직연금 상품에서 운용 개선을 통해 더 나은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