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가 2분기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주춤하던 주가가 반등하고 있다. 중국 보따리상 ‘따이공’에게 지급하던 송객 수수료를 낮추며 수익성이 개선됐고, 개별 여행객 증가세가 이어진 것이 호실적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단체 해외여행을 허용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호텔신라가 코로나 이전 전성기를 누리던 때로 돌아갈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서울신라호텔 전경./호텔신라 제공

10일 정오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호텔신라(008770)는 전날 대비 14.05% 오른 8만4400원에 거래됐다. 호텔신라는 최근 2주 만에 23.75% 오르며 52주 신고가(8만7300원)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달 말 호텔신라 주가는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6만8200원(지난 26일 기준)까지 떨어진 바 있다. 하지만 호텔신라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된 지난달 31일 하루 만에 4.15% 오르며 본격적인 상승세를 탔다. 호텔신라의 수익성 개선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앞으로 ‘오를 일만 남았다’는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호텔신라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672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55.6% 증가했다. 호텔신라는 면세유통업(TR)과 호텔·레저 2개의 사업 부문을 영위하는데, 특히 면세 유통업 성장률이 두드러졌다. 면세유통업 영업이익 4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2% 늘었다. 시내와 공항을 포함한 호텔신라 면세점 전체 영업이익률도 6.1%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4.6%포인트(p) 늘어난 수준이다.

호텔신라의 면세사업 수익성이 개선된 것은 ‘따이궁’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을 줄이기로 하면서부터다. ‘따이궁’은 면세품을 소규모로 거래하던 중국인 보따리상으로, 호텔신라는 이들에게 송객 수수료를 지불해 왔다. 이 수수료율을 기존 40~50%에서 30~40%로 줄인 것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코로나로 중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던 보따리상 입국이 제한되자, 국내에 있는 일부 보따리상들을 유치하기 위해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손실을 봤다”며 “수수료를 낮추기로 결정한 뒤 수익성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호텔신라의 따이공 수수료 정상화 노력은 계획대로 진행되면서 수익성 개선을 이끌고 있다”면서 “하반기엔 쇼핑 공간 개선과 재고 관리를 더 해 따이공 매출 공백을 상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객 증가로 호텔 투숙률도 기지개를 켰다. 신라호텔에 따르면 제주호텔을 제외한 서울호텔과 신라스테이의 올해 2분기 투숙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5%, 28% 상승했다.

특히 10일 중국 정부가 한동안 제한했던 자국민 단체 해외여행을 전면 허용할 방침으로 알려지면서 기대감은 더 커졌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문화여유부는 이르면 이날 한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에 대한 자국민 해외 단체관광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발표를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호텔신라가 전성기를 누리던 2019년의 주가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도 나온다. 코로나 확산 직후인 2020년 3월 6만원대까지 무너진 주가는 3년 넘게 7만원대에서 횡보 중이다. 호텔신라의 2019년 4월 월 평균 주가는 10만2936원이다. 평균 주가수익비율(PER)도 154.3배에 달했다. 주가수익비율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기업의 이익 대비 주가가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높을수록 고평가됐다는 뜻이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호텔신라의 2분기 호실적에도 주가수익비율은 11.3배로 추정했다.

이진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기대치보다 높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지만, 수수료 조정 과정에서 위축된 따이공 매출을 회복하기엔 멀었다”며 “매출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다 보니 면세점에 대한 우려도 잔존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코로나가 시작되기 이전인 2019년도 수준으로 해외 출국자 수가 늘어나면 수익 전망치가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