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부진하다. 삼성자산운용이 올해 4월 출시한 명품 기업 투자 ETF는 상장 이후 손실을 내고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럭셔리 업종 ETF 역시 최근 한 달간 마이너스대로 떨어졌다.

그래픽=정서희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유럽명품TOP10 STOXX’ ETF는 4월 25일 상장한 이후 8월 4일까지 8.56% 하락했다. 이 ETF의 기초 지수는 ‘스톡스 유럽 럭셔리 인덱스(STOXX EUROPE LUXURY Index)’다. 유럽 증시에 상장된 명품 브랜드 중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담고 있다. 까르티에·피아제 등을 보유한 리치몬트, 구찌·보테가베네타 등을 보유한 케링, 루이비통·디올 등을 거느린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 에르메스, 페라리, 몽클레르 등이 포함된다. 그중에서도 에르메스가 20.43%, LVMH와 리치몬트가 각각 19.82%, 19.05% 비중을 차지한다.

이 ETF에 포함된 명품 기업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프랑스 증시에 상장된 유럽 증시 시총 1위인 LVMH 주가는 4월 24일 이후 이달 3일까지 10%, 에르메스 주가는 4%대 하락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하나로(HANARO) 글로벌 럭셔리 S&P(합성)’ ETF도 최근 한 달간 1.80% 떨어졌다. 이 ETF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글로벌 럭셔리 지수를 추종한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유럽명품TOP10 STOXX’ ETF가 추종하는 럭셔리 기업 10개를 포함해 테슬라·벤츠·나이키·룰루레몬·호텔신라(008770)·파라다이스(034230)·신세계(004170) 등 80개 종목이 더해졌다. 2020년 5월 12일 출시 후 누적 수익률은 97% 정도다.

최근 명품 관련주가 힘이 빠진 이유로는 코로나19 대유행 후 일어난 ‘보복 소비’가 한풀 꺾인 것이 꼽힌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시기 동안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명품 구매로 폭발하는 이른바 보복 소비 흐름 속에 명품 시장이 과열됐는데, 이제 다시 시장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며 “고금리와 고물가로 명품 소비 여력이 약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명품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에서 럭셔리 기업 매출이 정체되거나 감소한 것 역시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LVMH의 미국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케링그룹도 2분기 북미 지역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 감소했다. 버버리와 프라다의 북미 지역 매출도 각각 8%, 6% 줄었다.

세계 명품 시장 ‘큰 손’인 중국 수요 회복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에선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후에도 좀처럼 소비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심지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오프닝 이후 둔화 상태에 있는 중국 경기가 회복돼야 명품 소비 증가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