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주요 건설사는 실제로 해외 수주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연초의 예상과 달리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해외 수주 실적 1위인 삼성물산은 주가가 하락하고 있어 주목된다. 삼성물산은 주요자산인 삼성전자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는 점도 호재이지만, 주가엔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신사업 추진이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 서초동 삼성물산 본사 건물. /뉴스1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1월 2일~6월 19일) DL이앤씨와 현대건설(000720)은 각각 11%, 14.5% 상승했다. GS건설도 2.8% 상승했다. 코스피지수 상승률(16.7%)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지만, 건설업은 올해 부진할 것으로 예측돼 왔던 만큼 비교적 선방하는 상황이다.

반면 시공능력 1위인 삼성물산(028260)은 5% 하락했다. 사실 삼성물산은 해외 시장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건설사다. 올해 1분기 국내 건설업계 전체 해외 수주액 약 62억달러(약 8조원) 중 삼성물산이 23억달러(약 2조5000억원)로 37%를 차지했다.

해외 수주 실적은 삼성물산의 영업이익 증가를 이끌었다. 올해 1분기 삼성물산은 건설 부문에서 29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4% 증가한 수준이다. 가장 최근 삼성물산에 대해 보고서를 낸 DS투자증권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2분기에도 189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2% 증가한 수치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5.01%를 들고 있는데, 삼성전자 주가가 올해 들어 양호하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28.75% 상승했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업 외 이슈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 정책과 신사업 구체화 부재 등이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설명한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실적 개선 가능성이 가장 큰 사업은 건설”이라면서도 “건설 이익이 좋아지면 좋아지는 만큼 주주에게 환원이 일어나야 하는데, 삼성물산의 주주환원 재원은 삼성전자에서 지급하는 배당을 기초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적은 좋은데 주주환원 수준이 달라지지 않으니 실적이 개선됨에도 투자자들이 유입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또한 주가가 급반등했지만 실적이 좋지 못하다는 점이 부담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작년 대비 11.3%, 영업이익은 77.8% 감소할 전망이다. 이익이 줄면 배당액이 줄어드니 최근의 삼성전자 주가 급등도 삼성물산에 호재로 작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반대로 말하면 신사업, 또는 자사주 소각과 관련한 구체적인 발표가 나올 경우 주가가 급반등할 수 있는 상황이다. 올해 초 삼성물산은 보유 중인 자사주 13.2%를 5년 안에 소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연구원은 “신사업 계획이나 방향성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있다면 실적에 기초해 주가가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투자자들에게 너무 소외돼 있다”며 “펀더멘탈이 나쁘지 않아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면 곧바로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