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약세장에서 많은 코스닥 상장사가 무상증자를 결정한 이후, 새해 권리락(무상증자 권리가 사라지는 것) 효과로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무상증자 테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상증자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은데, 전문가들은 증자 완료 후에는 대부분 주가가 급락하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닥기업 3곳에서 무상증자 권리락이 발생했다. 지오엘리먼트(311320)제넥신(095700)의 무상증자 권리락이 10일 발생했고, 앞서 6일에는 MDS테크(086960)에 대한 무상증자 권리락이 발생했다.

지오엘리먼트는 지난달 100% 무상증자를 결정해 기존 발행주식과 같은 규모인 630만7280주의 신주를 새로 발행한다고 밝혔다. 제넥신도 지난달 28일 1주당 0.3주의 신주를 발행하는 무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제넥신의 신주 상장일은 이달 26일로, 총 928만2625주가 상장된다. MDS테크는 지난달 26일 보통주 1주당 3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일러스트=이은현

무상증자는 자본잉여금을 자본금 계정으로 회계 처리하고 기존 주주들에게 공짜로 주식을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청약이나 주주총회 결의 등이 생략돼 유상증자보다 절차가 단순하다. 주식 수가 늘어나는 대신 주가가 낮아지면서 기업 가치가 저평가된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나타난다.

권리락 발생 이후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도 많다. 권리락은 무상증자나 유상증자 신주 배정기준일 이후 발생하는 것으로, 기준일 이후에 주식을 보유하면 증자로 인해 발행되는 신주를 배정받지 못하고 주당 가치도 희석된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해당 주식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는데, 이 같은 착시현상으로 주가가 내려가면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기업의 무상증자 권리락 공시 이후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많이 발생했다. 심지어는 ‘무상증자 권리락이 곧 상한가’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지난해 5월 30일 노터스의 무상증자 권리락이 공시되자, 노터스는 5월 31일부터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MDS테크도 무상증자 권리락이 발생한 이후인 지난 9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다음날인 10일에도 18% 급등했는데, 장중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제넥신은 권리락 당일 11.6% 상승했다.

다만 모든 기업이 무상증자 권리락 효과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지오엘리먼트는 권리락이 발생한 11일 주가가 1.33% 상승하는 데 그쳤다. 권리락 효과 이후에는 주가가 다시 급락하는 경우도 많다. 노터스의 경우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친 이후 주가가 급락세로 돌아서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주가가 꾸준히 내려가며 권리락 발생 한 달도 안 돼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지난해 증시가 하락하면서 무상증자 테마는 기승을 부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폐지 종목을 제외하고 지난해 발행된 무상증자 주식 수는 모두 26억4000만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무상증자 발행 주식 수는 연간 10억주 미만으로 집계되다가 2021년 20억3000만주로 급등한 후, 지난해에는 그보다 더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무상증자 이벤트의 착시 현상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20년 이후 상장기업의 무상증자 증가 현상은 그 이전 시기와 비교할 때 유동성 제고나 기업 가치에 대한 긍정 신호 전달 등 전통적 무상증자 동인에서 벗어나 있고, 일부 기업들이 주장하는 주주환원과도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남 선임연구원은 “오히려 상당수 무상증자는 개인투자자의 관심 유도를 통한 단기적 주가 부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무상증자하는 한두 종목에 투자해놓고 단기적인 주가 상승이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성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 증시에 무상증자를 동원해 주가 급등락이 발생하는 머니 게임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투기적인 매매를 통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