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혹독한 한파가 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는 가운데 삼성전자(005930)는 물론 삼성전자가 투자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체 주가도 큰 폭 하락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거래 관계가 있는 협력사 중 일부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기업 역시 반도체 업황 악화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28일 삼성전자 주가는 5만6000원대로 하락했다. 1년 전인 지난해 말 8만원대였던 삼성전자 주가는 세계 경기 침체에 따라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부문에서 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최근 5만원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에 소재나 부품, 장비를 공급하는 협력 업체 주가도 큰 폭 하락했는데, 삼성전자가 직접 지분 투자에 나선 소부장 업체 역시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그래픽=손민균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원익아이피에스·동진쎄미캠·솔브레인·에스앤에스텍·와이아이케이·케이씨텍·엘오티베큠·뉴파워프라즈마·에프에스티·디엔에프 등 반도체 분야 협력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제품을 공급받는 이들 협력 업체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협력을 강화해왔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가 지분을 가진 협력 업체 수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삼성전자는 전보다 적극적으로 관련 업체에 직접 투자에 나섰다. 해당 기업에 자금을 투입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탄탄히 구축하기 위한 취지다.

처음 지분을 취득할 때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된 곳은 반도체 제조 공정 부품을 만드는 에스앤에스텍(101490)으로, 삼성전자는 2020년 8월 659억원을 투자해 에스앤에스텍의 지분 8.0%를 인수했다. 반도체 테스트 장비 전문업체인 와이아이케이의 경우 삼성전자가 지분 11.7%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 공정에 진공펌프 등 부품을 공급하는 엘오티베큠(083310)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고, 원익홀딩스(030530)솔브레인홀딩스(036830)에도 상당한 자금을 투입했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생산장비 제조업체인 에프에스티(036810)와 반도체용 재료 업체 디엔에프(092070)의 지분을 각각 7.0%씩 인수했다.

삼성전자에 소재나 부품, 장비를 공급하는 것만으로도 해당 기업의 주가가 영향을 받는데, 삼성전자가 해당 기업에 직접 투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졌다. 이들 기업은 삼성전자에 신주를 배정하는 유상증자 방식으로 투자받았는데, 해당 사실이 공시된 직후 주가는 대부분 큰 폭 뛰었다.

그런데 최소 내년 중반까지 반도체 업황이 부진한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전자로부터 출자받은 기업 주가도 하향세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이 6조원 안팎으로, 지난해 4분기(13조87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인 물가 상승 여파로 IT 수요가 줄어들면서 반도체 사업 이익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생산설비를 확대했는데, 예상보다 일찍, 더 많이 수요가 위축되면서 반도체 재고가 쌓이고 있다. 재고를 털어내기 위한 공격적인 판매 전략 역시 삼성전자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처음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고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하반기에나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