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기후 변화 예산안 통과 가능성이 급물살을 타자 국내외 태양광 관련주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각국에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알려진 이 같은 소식은 태양광 기업들에 단비가 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비컨 카운티 태양광 발전소. /한화솔루션 제공

27일(현지 시각) A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조 맨친 민주당 상원 의원은 기후변화 대응 재원 등을 포함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포괄 패키지’ 구상에 찬성했다. 해당 예산안은 향후 10년 간 기후·에너지 부문에 관련 예산 3690억 달러(약 479조원)를 책정하고 정부 재정 적자를 줄이는 데 3000억 달러(약 390조원)를 쓰는 내용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예산안 상원 처리에 단 1표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 같은 소식은 예산안 통과 가능성을 높였다. 맨친 의원은 앞서 지난 14일에 해당 예산안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부유층 증세에 부정적”이라면서 반대 입장을 보였지만 2주 만에 찬성의 뜻을 밝혔다. 의사를 바꾼 것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는 “건강보험과 약값 부담을 낮추는 대신 미국이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를 위해 투자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도 “미국 국민이 기다려온 소식”이라며 상·하원에서 법안을 조속히 통과해 달라고 촉구했다. 당내 일부 절차가 남아있지만, 정가에서는 미 상원이 다음 주까지 이 예산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 같은 소식에 미국 태양광 기업들의 주가는 일제히 급등했다. 28일(현지 시각) 미 증권거래소에서 선런은 29.97% 폭등했으며, 선노바 에너지(27.93%), 선파워(18.18%), 퍼스트솔라(15.29%) 등도 급등했다. 앞서 맨친 의원이 2주 전 신재생에너지 지원 등을 포함하는 기후변화법안에 찬성할 수 없다고 밝혔을 때에는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폭등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태양광 기업들에 일제히 빨간 불이 켜졌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태양광 모듈 판매 업체 현대에너지솔루션은 전날 13.97% 급등한 데 이어 이날에도 23.77% 폭등했다. 27일부터 29일까지 현대에너지솔루션은 51%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며 해당 기간 가장 많이 상승한 종목 1위에 올랐다.

한화솔루션(009830)은 29일 전날보다 3.67% 오른 4만3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8일 한화솔루션은 20.37% 오르며 한국거래소 통계가 존재한 1995년 5월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이전 최고 기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후 급등장이 펼쳐졌던 지난 2020년 3월 25일에 기록한 18.84%이다.

한화솔루션은 27일부터 29일까지 27% 올랐으며, 한화솔루션우는 35% 상승했다. 이 밖에 태양광 모듈을 제조·판매하는 신성이엔지(011930), OCI(456040) 등도 해당 기간 강세를 보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원자재값이 치솟자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며 태양광이 주목을 받았다. 한화솔루션도 신재생에너지 부문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2.6% 증가한 1조2343억원으로 집계됐고, 영업이익은 352억원으로 7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당초 증권업계에서는 한화솔루션이 신재생에너지 부분에서 300억~400억원의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했었다.

증권업계에서는 향후에도 미국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태양광 산업이 가장 큰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법안의 취지는 태양광·배터리 등 재생에너지 밸류체인에 있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우방국 중심으로 밸류체인을 구축해 최대한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한다는 것”이라며 “태양광 산업은 중국이 전체 밸류 체인의 80~90%를 장악 중이지만, 경쟁력 있는 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 수준이라 한국의 태양광 업체가 최대 수혜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선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주요 가스 공급처 역할을 담당하던 미국에서도 천연가스 수출 파이프라인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LNG 수출에 단기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면서 “6월 이후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110% 넘게 급등했고, 이 같은 전력 인프라 이슈가 발생함에 따라 에너지 자립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연구원은 이어 “태양광의 경우 짧은 조달 기간과 낮은 발전 단가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