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사업과 관련된 국내외 종목들의 주가가 올해 들어 거의 반 토막이 나는 등 낙폭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메타버스 열풍에 힘입어 큰 폭으로 상승한 게임주가 대표적이다. 메타버스가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아직까지 모호한 가운데 실제 관련 사업이 기업 실적에 반영된 경우가 드물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와 같은 정치·경제·사회·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 세계다.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상을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친 말로,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사이버 세상을 의미한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꾸미고 있다. /페이스북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메타버스 사업 진출 계획을 밝힌 기업들의 주가가 연초 이후 40~60% 줄줄이 급락했다.

올 들어 이달 29일까지 위메이드(112040)는 57.8% 하락한 7만76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펄어비스(263750)는 49.1% 하락한 6만8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넵튠(217270)은 44.6% 내린 1만6350에, 컴투스(078340)는 39.5% 하락한 9만5800원에, 카카오게임즈(293490)는 34.9% 하락한 6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넥슨게임즈(225570)는 2.1% 하락한 2만38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메타버스주들 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 2월 2일 메타플랫폼스(메타)의 실적발표 이후 주가가 26% 가까이 떨어졌다. 메타는 페이스북이 지난해 바꾼 사명으로 메타버스 사업에 본격 추진한다는 정체성을 반영한 바 있다.

이때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102억9000만달러(약 12조39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8% 가까이 줄었고, 메타버스 관련 사업부서의 순손실이 102억달러(약 12조3300억원)를 기록했다. 이날 메타의 주가가 26.39% 급락하면서 국내 메타 주식 보유액 2억757만6364달러(약 2500억2500만원)가 하루 만에 증발했다.

여기에 지난 27일(현지 시각) 메타 주가는 3.32% 하락한 174.59달러로 거래를 마감해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이날 장 마감 후 메타는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279억1000만달러(약 35조700억원)로 시장 전망치였던 283억3800만달러(약 35조9100억원)에 비해 1.51% 밑돌았다.

현재(4월 29일 기준) 메타 주가는 약 48% 정도 떨어진 상태다. 실적 악화의 원인은 메타버스 사업에 투자금 대비 수익이 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메타버스 대장주이자 대표 플랫폼인 로블록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2월 15일(현지 시각) 로블록스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매출은 5억6900만달러(약 6809억5300만원)로 시장 전망치였던 7억7700만달러(약 9307억2200만원)에 비해 26.84%를 밑돌았다.

주당순이익(EPS)도 -0.25달러로 시장 전망치인 -0.14달러보다 78.57% 아래에 머물러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날 로블록스의 주가가 26.51% 급격히 떨어지면서 국내 로블록스 주식 보유액 9936만5800달러(약 1190억4000만원)가 사라졌다.

특히 로블록스는 지난해 3월 8일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뒤 ‘메타버스 열풍’으로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 로블록스 주가는 69.50달러에서 시작해 지난해 11월 19일 134.72달러까지 증가했다. 장중 141.60달러까지 오르면서 52주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이후 로블록스는 하락세를 멈추지 못한 채 현재(4월 29일 기준) 32.12달러까지 급락한 상태다. 이는 최고가 대비 77.31% 떨어진 수치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메타버스가 관련 기업들의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지만 최근 상황이 바뀌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메타버스 사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할 때는 관련 산업에 진출한다고 밝힌 게임 업체도 주가 상승에 있어 일부 영향을 받았다”면서 “그러나 메타버스 산업이 매출 증대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메타버스 관련 업체의 주가가 상승할 여력이 여전히 크다는 전망도 없지 않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에는 메타버스 산업과 관련된 매출이 점차 증가하는 흐름”이라며 “앞으로는 메타버스가 패션 업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며 성장하고 관련 업체의 주가도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