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일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면서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제조 업체의 주가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EU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대체하기 위해 LNG를 수입할 가능성이 커져 국내 LNG 운반선 제조 업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 /대우조선해양 제공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U가 러시아산 에너지 제재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후인 지난 7일부터 20일까지 일승(333430)의 주가는 46.2% 올라 4225원까지 상승했다. 일승은 LNG선에 들어가는 부품을 제조하는 회사다.

같은 기간 STX엔진(077970)은 31.4% 오른 1만6100원, 현대중공업은 22.6% 오른 14만9000원, 한국조선해양은 17.5% 오른 9만6700원, 삼성중공업(010140)은 14.8% 오른 6210원, 대우조선해양은 14.1% 오른 2만71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최근 LNG선박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한 것은 EU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제재 방침의 영향이 크다. 앞서 지난 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조만간 러시아산 석유나 가스 제재에 대해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U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 범죄로 보고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이다.

러시아는 1년 예산의 40%가량을 에너지 수출에서 얻는다. 러시아가 수출하는 천연가스의 60%는 유럽으로 간다. 러시아는 유럽에 천연가스를 보낼 때 별도의 LNG선을 사용하지 않고 가스관을 사용한다. 그런데 EU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사용하지 않으면 제3국에서 LNG 등 천연가스를 수송받아야 한다. LNG 공급을 위한 LNG선 수요가 급증할 수 있는 셈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LNG 운반에 특화된 배를 제조하는 기술력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업체들이어서 LNG선 수요가 늘어나면 수주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제재가 LNG 수요 증대로 이어져 운반선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자 심리를 불러모은 것으로 보인다”며 “뿐만 아니라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 증가와 노후 선박에 대한 교체 움직임이 늘어난 것도 주가 상승의 주요한 이유다”라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주요 선박 제조업체들의 올 1분기 수주가 좋은 흐름을 보인점도 투자심리를 개선하는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각사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올 1분기 조선 부문에서 총 76억달러 규모의 수주를 통해 연간 목표액 174억달러의 43%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액 89만달러 중 41억800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46.8%를 달성했다. 이중 LNG 운반용 선박 10척의 수주액은 총 21만9000만 달러로 올 1분기 전체 수주액의 절반에 달했다. 삼성중공업도 22억달러 규모의 수주를 새로 받아 올해 조선 부문 목표액 73억달러의 30%가량을 미리 달성했다. 이 중 LNG 운반선의 수주 규모는 총 10억달러로 1분기 전체 신규 수주액의 절반에 가까웠다.

한편 기관투자자들도 국내 조선사에 대한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일부터 20일까지 국내외 기관은 현대미포조선 주식을 991억원, 삼성중공업 주식을 658억원, 대우조선해양 주식 79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차후 유럽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더라도 에너지 의존도는 지속적으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렇게 될 경우엔 중장기적으로 LNG 운반선에 대한 수요도 상승할 수 있고 주가도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