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을 계기로 가상자산 시장에 다시 불이 붙었다. 시가총액 1, 2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서 시작된 랠리는 알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중국 개발자들이 개발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산 코인은 중국 정부가 가상자산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맞물리며 상승폭을 키우는 분위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 연합뉴스

8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퀀텀(QTUM)은 오후 1시 55분 기준 1만9690원에 거래됐다. 지난 9월 말 기준 1만2000원대에 머물렀던 퀀텀은 10월 이후 전날까지 56.4% 상승했다. 퀀텀은 2016년 3월 싱가포르 퀀텀재단에서 선보인 오픈소스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를 비롯해 텐센트, 바이두 출신 개발자들이 속해 있다.

최근 비트코인은 반 년 만에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선물 ETF를 승인한다는 소식이 호재가 됐다. 비트코인 현물이 아닌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선물을 추종하는 상품이긴 하지만, SEC가 하나의 대체자산으로 가상자산을 인정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가상자산이나 블록체인 관련 기업을 자산으로 편입시킨 ETF만 상장이 허용됐다.

같은 기간 중국 최초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로, 중국판 이더리움으로도 불리는 네오(NEO)는 17.3% 넘게 올랐다. 네오는 중국 블록체인 국가표준 인증을 받은 기업인 온체인 최고경영자(CEO) 다홍페이가 개발을 주도했다. 다홍페이가 만든 또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온톨로지(ONT)도 지난달부터 전날까지 39.5% 상승했다.

알트코인 중에서도 중국산 코인이 주목 받는 이유는 규제 완화 기대 때문이다. 지난 2018년부터 중국은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강력한 조치를 내놨는데, 올해 5월 이후 가상자산 규제와 관련된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당시 중국 국무원은 가상자산 금지 조치를 발표하고, 인민은행 등 금융감독기구 산하 협회를 총동원해 가상자산 채굴과 거래를 금지했다.

더욱이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번 미국의 비트코인 선물 ETF 승인이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포석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가상자산 시장 변동성을 야기하는 대표적인 국가로 꼽힌다. 만약 미국의 이번 조치가 주도권 경쟁과 관련이 있다면, 중국이 맞서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추측이다.

실제로 가상자산 시장 내 미국과 중국의 지위는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달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중국 정부가 가상자산 규제를 강화하면서,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최대 비트코인 채굴지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한 해 전만 해도 미국의 점유율은 4%에 불과해, 중국(66.9%)과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블록체인 기술이 아닌 민간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내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디지털위안화 상용화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때 중국이 민간 가상자산과 달리 중앙 통제가 가능한다는 점에서 디지털위안화를 지원하는 만큼, 민간이 주도하는 가상자산 시장을 활성화 시킬 리 없다는 것이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가상자산 시장 주도권 경쟁에 나설 수 있지만,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이미 가상자산을 불법이라고 선을 그었다”며 “중국 정부는 중앙 정부가 주도하는 디지털 형태 화폐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간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가상자산 채굴 작업도 지금처럼 전력난이 겹친 지금 상황에는 더욱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가상자산 규제를 완화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