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의 외국인 지분율(시가총액 기준)이 이달 들어서만 1.5%포인트(P)가량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의 지분율은 32%대 중반까지 하락해 5년 4개월 전인 지난 2016년 4월 수준까지 내렸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지분율이 31%대까지 내려가고 코스피 지수는 3000선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19일까지 총 13거래일 중 4, 5, 18일을 제외한 10거래일을 순매도했다. 유가증권시장 총 누적 매도액은 9조9570억원이다. 19일에도 3307억원을 내다 팔았다. 이런 영향으로 7월말 3200을 넘던 코스피지수는 이날 3100선 아래인 3097.83까지 내려갔다. 7월 30일 종가(3202.32)와 견주면 104.49포인트(3.2%)가 급락한 것이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니터에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8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의 시총은 2276조8200억600만원이다. 이중 외국인 보유 지분은 742조5762억3000만원으로 32.61%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2016년 4월 11일(32.61%) 이후 최저 수준이다.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34%대를 유지했다. 7월 30일 기준 34.1%였다. 그러나 이달 들어 반도체 업종의 주요 기업 등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됐고 지난 6일 33%대(33.78%)로 하락했고 13일에는 32%대(32.8%)까지 내렸다. 이달 들어서만 외국인 지분율은 1.49%P가 내려갔다.

외국인 지분율은 국내 증시를 바라보는 해외 투자자들의 시각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다. 국내 증시를 비롯한 신흥국 시장이 불안하다고 느끼면 투자금을 회수한다. 지난 2015년 8월 중국 인민은행(PBOC)이 내수와 수출 경기 부양 등을 이유로 위안화에 대한 미 달러 환율을 4.59% 절하했다. 이 영향으로 신흥국 시장의 투자금이 급격히 유출됐고 국내 유가증권시장 외국인 지분율도 33%대에서 31%대로 급락했었다.

외국인 지분율이 31%선까지 내려가고, 코스피지수는 3000선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언급됐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10년간 외국인 지분율 추이를 보면 31%선이 중요한 지지선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2010년 5월부터 10월까지, 2015년 하반기부터 2016년 초까지 외국인 지분율이 31%선까지 하락했다 반등한 선례가 있기에 이번에도 31% 선까지 하락한다 해도 그 이후에는 반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금리가 조금씩 오르고 달러화가 강세 압력을 받고 있다”며 “이렇게 미국 통화정책이 긴축적으로 돌아서는 것은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국 시장에 부정적이어서 올해 하반기 중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매도 또는 관망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델타 변이 확산 등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미 연준의 테이퍼링 이슈가 동시에 국내 증시에 영향을 줘 외국인들이 매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재 외국인 매도세의 원인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테이퍼링 이슈”라며 “글로벌 경기 둔화 이슈가 있으면 곧바로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에 대한 포지션을 줄여왔다”고 설명했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외국인 지분율이 과거 추이로 봤을 때 최저점은 아니기에 더 내려갈 수도 있고 얼마나 더 팔지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면서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이제는 하반기 코스피지수 하단의 심리적 지지선으로 봤던 3000선까지 지수가 내려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했다.

주요 증권사들은 하반기 증시의 하단(최하선)을 3000포인트로 분석했다. 하반기 전망을 발표하던 6월에만 해도 3500선을 희망하던 상황이 이제는 하단인 3000선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고민할 정도로 위태로워졌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