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인 크래프톤(259960)은 실패했는데 중소형 IPO였던 원티드랩(376980)플래티어(367000)가 성공한 것이 있다. 바로 ‘따상(공모가 두 배에 시초가 형성 뒤 상한가)’이다. 하루 간격으로 증시에 입성한 세 종목을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유통물량과 청약 경쟁률·고평가 논란 등이 따상 여부를 갈랐다고 진단했다.

13일 크래프톤은 여전히 공모가(49만8000원) 대비 12.24% 하락한 43만7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 10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첫날부터 시초가 최하단 수준으로 거래를 시작한 크래프톤은 지난 12일은 종가 기준으로 40만6000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13일 7.64% 반등했지만, 여전히 공모가에도 못 미치는 성적이다.

역대 2위의 공모 규모에도 청약 흥행에서 참패한 게임업체 크래프톤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크래프톤 상장 축하 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과 지난 12일 코스닥시장에 각각 상장한 원티드랩과 플래티어는 크래프톤과 비교해 축제 분위기였다. 모두 상장 첫날 공모가 두 배에 시초가가 형성되고 가격상한선까지 올라 따상에 성공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 중 플래티어는 상장 둘째 날인 13일까지도 10.49% 오르면서 공모주 청약 물량을 받은 투자자에게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13일 기준으로 원티드랩은 공모가(3만5000원) 대비 111.42%, 플래티어는 공모가(1만1000원) 대비 187.27% 상승률을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셋의 운명을 갈라놓은 주요 원인은 ‘유통물량’에 있다고 분석했다. 시중에 유통이 가능한 주식이 많아지면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물량이 시중에 많이 풀리면 주가 변동성이 커진다. 특히 상장 첫날 차익실현에 나서는 주주가 많은 만큼 유통물량으로 인한 수급 부담 문제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크래프톤은 IPO 대어 중에서도 유통물량이 많은 편에 속했다. 크래프톤의 상장 후 유통가능 물량은 1909만3426주로 상장 주식 비율 중 39.05%를 차지했다. 이는 직전 대형 공모주였던 카카오뱅크(22.6%)의 배 규모다. SK바이오팜, 하이브(빅히트),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의 상장 당일 유통 가능 물량 비중은 평균 13.8%였다.

반면 원티드랩의 상장 후 유통가능 물량은 98만6293주로 상장 주식 비율 중 20.97% 수준이었다. 플래티어도 상장 후 202만여주가 유통가능물량으로, 상장 주식 비율 중 29.1%를 차지했다. 모두 30% 미만으로, 비율을 차치하고서라도 절대적인 유통가능 물량이 크래프톤보다 훨씬 적다.

기관 의무보유확약(락업) 비율은 크래프톤이 22.05%로, 원티드랩(10.98%)과 플래티어(18.29%) 보다 높지만 유통가능물량 자체가 원티드랩과 플래티어가 작기 때문에 상장 직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곽주희 아우름자산운용 이사는 “크래프톤은 확약 비율을 감안해도 기존 주주 물량에 대한 오버행 문제가 존재했다”라며 “결국 확약 비율보다는 전체 유통 물량 비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러스트=정다운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과 일반 청약 경쟁률도 크래프톤과 원티드랩·플래티어의 상승률을 갈라놓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이 꼭 일반 청약 공모 경쟁률이나 따상 흥행을 담보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꽤 영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지금까지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이 높았던 종목들 위주로 일반청약에서 흥행하고 상장 후 주가 추이도 좋았다”라고 말했다.

앞서 기관 수요예측에서 크래프톤은 243.15대 1을 겨우 기록했지만, 원티드랩과 플래티어는 각각 1503.91대1과 1631대 1을 기록했다. 공모주 열풍으로 최근 대형과 중소형 IPO를 가리지 않고 1000대 1을 넘는 것이 일종의 유행이 됐는데도, 크래프톤은 세자릿수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크래프톤과 함께 하반기 IPO 대어로 묶였던 카카오뱅크도 1732.83대 1을 기록했다.

기관 수요예측 부진은 일반 청약 경쟁률 부진으로도 이어졌다. 크래프톤은 일반 청약 경쟁률이 7.8대 1로 부진했고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를 9.94% 밑돌았다. 그러나 원티드랩은 1731대 1, 플래티어는 2498.8대 1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첫날 따상으로까지 연결됐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관 수요예측이 흥행하면 자연스레 일반 투자자에게도 ‘인기 있는 공모주’라는 인식이 생긴다”라며 “플래티어의 경우에는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상단(1만원)을 초과한 1만1000원에 확정됐는데, 이는 상장 후 상승 여력이 충분히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궁극적으로 기업 밸류에이션(평가 가치) 문제가 주요하다고 진단했다. 크래프톤의 경우 상장 전부터 시달린 고평가 논란을 해결하지 못했다. 크래프톤은 지난 6월 금융감독원에 첫 증권신고서를 내고 희망 공모가 범위를 45만8000~55만7000원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금감원이 ‘비교그룹’을 문제 삼자 크래프톤은 공모가를 한차례 낮춰 범위를 40만~49만8000원으로 정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단(49만8000원)에서 공모가가 확정되면서 공모가가 비싼 것이 다시 문제가 됐다”라면서 “엔씨소프트 등 기존 게임주 대비 크래프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점이 투자자에게 의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희 이사도 “공모주 상승률에 있어서 유통주식물량이나 수요예측 경쟁률도 영향을 주지만 밸류에이션에 의한 주식 가치 평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원티드랩의 경우 ‘환매청구권’도 투자자를 유혹하는 수단으로 작용했다. 환매청구권이란 상장 후 6개월 내 주가가 공모가의 90% 수준으로 하락할 경우 주관사에 주식을 되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원티드랩은 상장 조건에는 미달하지만 주관사가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상장을 추진하는 ‘상장주선인 추천제’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기술특례상장보다도 리스크(위험)가 있기 때문에 일반투자자의 투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상장 주관사가 환매청구권을 부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