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돈나무 언니’라는 별명을 얻은 캐시우드의 ‘아크 이노베이션 ETF(ARKK)’를 겨냥한 이른바 ‘안티’ 아크 ETF(상장지수펀드)가 나올 전망이다. 지난해에만 150%에 가까운 상승률을 올린 아크 이노베이션 ETF가 올해 들어 부진하자, 이 ETF에 반대로 베팅하는 인버스 ETF가 관심을 끌고 있다.

아크 이노베이션 ETF는 미국의 자산운용사인 아크 인베스트먼트 대표 펀드로 혁신 기업에 집중 장기 투자하는 상품이다. 전기차, 자율주행, 2차 전지 기업 등에 주로 투자하는 테마형 상품이기도 하다.

아크 이노베이션 ETF는 지난해 상승률이 두드러졌던 미 전기차업체 테슬라를 집중 편입하면서 상승률이 뛰었지만, 최근 상승세가 급격하게 꺾였다. 지난해 높은 상승률을 바탕으로 ‘성장주의 여신’ ‘돈나무 언니’라는 별명을 얻으며 승승장구하던 회사 대표 캐시우드의 명성도 흔들리는 분위기다.

캐시우드. /조선DB

◇ 부진한 아크 ETF 노린 상품 탄생… 이름부터 ‘숏 아크’

4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국 터틀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숏 ARKK ETF(Short ARKK ETF·SARK)’ 상장 승인 요청서를 제출했다.

상품명부터 매도를 뜻하는 ‘숏’인 이 ETF 캐시우드의 아크인베스트먼트 상품 중 최대 규모인 230억달러(약 26조3120억원) 규모의 아크 이노베이션 ETF에 대한 인버스 상품이다. 즉, 아크 이노베이션 ETF 상승률이 저조할수록 숏 ARKK ETF 상승률이 오르게 되는 식이다.

만약 이 ETF가 SEC 승인을 받아 뉴욕증시에 상장한다면 특정 회사나 상품을 겨냥한 첫 인버스 상품이 된다. 지금까지는 특정 지수에 대한 인버스 ETF만 존재했다. 블룸버그는 “숏 ARKK ETF는 블록버스터급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 아크 이노베이션 ETF 상승률과 자금흐름이 부진하자 SARK 상품이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아크 이노베이션 ETF는 지난해 149%라는 폭발적인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 상승률이 급감했다. 심지어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연초 대비 아크 이노베이션 ETF는 2.5%대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최근 3개월 상승률은 마이너스(-3.21%)를 기록 중이다.

캐시우드 입지도 투자자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 테슬라에 대한 믿음으로 아크 이노베이션 ETF에 테슬라를 약 10% 담고 있지만 이런 캐시우드 믿음에 화답하기보다는 비관적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숏 ARKK ETF를 총괄하는 맷 터틀 터틀 캐피털 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회사는 아크 인베스트먼트와 캐시우드의 팬이지만 이번 상품(숏 ARKK ETF)은 시장 투자자에게 투자 도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미 유명 ETF 전문 투자자문사 ETF스토어의 네이트 제라치 대표는 “캐시우드의 지난 눈부신 실적은 주가를 긍정적으로 보는 투자자뿐만 아니라 비관론자에게도 매력적이었다”며 “그러나 승리가 영원할 수 없다는 단순한 가정 아래에 승자(아크 인베스트먼트)와 내기하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이 항상 있다”고 말했다.

일러스트=정다운

◇ 한국 “남 일 아니다”… ETF ‘투명성 리스크’ 불거지나

숏 ARKK ETF 출격 준비 소식에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불안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액티브 ETF 시장이 커지는 만큼, 국내서도 앞으로 이런 특정 회사나 펀드 매니저를 겨냥하는 인버스 상품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숏 ARKK ETF는 ETF 상품의 투명성 덕분에 가능했다. 편입 종목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펀드와 달리 ETF는 투명성 차원에서 편입 종목과 그 비중을 공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액티브 ETF가 공매도에 취약할 수 있다는 ‘투명성 리스크(위험)’가 이전부터 언급돼왔다. 대중들에게 편입 종목이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헤지펀드 등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되기 쉬운 탓이다.

IHS마킷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아크 이노베이션 ETF의 약 870만주가 공매도 투자자에게 대여돼 있다. 금액으로만 10억달러가 넘는 셈이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보고서에서 “아크 ETF들의 급락에서 보인 액티브 ETF 리스크 중 하나로 투명성이 지목됐다”고 설명했다.

한 국내 운용사 관계자는 “숏 ARKK ETF는 액티브 ETF 시장에서 펀드 매니저를 겨냥해 상품 수익률을 저하하는 상품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ETF 특성상 보유 포지션을 매일 노출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좋은 먹잇감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