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중국 본토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를 국내 금융시장에서 판매하도록 허용하고 이를 위한 법령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지금까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싱가포르, 홍콩에서 설정된 펀드만 국내 금융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었다.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시행규칙을 바꿔 연내 중국 ETF를 국내 증시에 상장시킬 계획이다. 이는 중국과의 금융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 조치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12월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20일 금융위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의 자본시장법 시행규칙 개정안(총리령)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서 금융위는 “현재 국내에 등록, 판매할 수 있는 역외 펀드는 OECD 가입국과 홍콩, 싱가포르에서 발행된 것으로 한정돼 있어 중국 펀드는 국내 등록, 판매가 불가능하다”며 “이를 개선해 중국 ETF 펀드에 대해 국내 등록, 판매를 허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중국 ETF를 국내에 들여오는 것에 대해 국민의 다양한 해외투자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조치라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금융위가 중국 본토 ETF를 국내에 역외 펀드로 등록하고 판매를 허용하려는 이유는 상하이증권거래소(SSE‧Shanghai Stock Exchange)에 상장된 ETF를 국내 증시에 상장시키기 위한 것이다. 앞서 한국거래소도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ETF 교차 상장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한 바 있다. 상하이증권거래소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나스닥(NASDAQ)에 이어 세계 3대 증권거래소로 288개의 ETF가 거래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하이거래소에 상장된 ETF를 우리나라에 상장시키고 우리나라 ETF도 상하이거래소에 상장시키는 교차 상장을 하기 위한 작업”이라며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기 위해선 역외 펀드로 등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규정은 중국 펀드를 역외 펀드로 등록하는 게 금지돼 있어 이를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SSE)의 전광판 앞을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 블룸버그

개정안은 규제개혁위원회, 법제처,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 국무총리의 승인을 받아 올해 중에 시행된다.

다만 개정안이 시행돼 중국 ETF가 역외 펀드로 등록, 판매될 수 있어도 상하이거래소의 ETF가 국내 증시에 직접 상장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위안화와 원화의 환율 등이 매일 변하기 때문에 직접 상장하면 투자자들이 혼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상하이증권거래소의 ETF에 100% 투자하는 국내 ETF를 만들어 이를 증시에 상장시키는 재간접 상장 방식을 추진한다는 게 한국거래소의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직접 상장은 안 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 ETF 가격과 똑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중국 ETF에 투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