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악화와 수익성 급감 이중고를 겪고 있는 저축은행 업계의 시름이 더 깊어졌다. 연체율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는 등, 비상 경영에 들어간 상황에서 정부의 최저 신용자 챙기기에도 화답해야 해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난 2022년 출시한 ‘최저 신용자 특례대출’ 공급처 확대를 꾀하고 있는데 저축은행업계가 그 무게를 감당하고 있다.
8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SBI·융창·진주저축은행이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상품 취급을 결정하고 이르면 올해 상반기 취급을 시작한다. SBI저축은행의 경우 하반기 취급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대출은 지난 2022년 9월 출시 당시 취약 차주들이 몰리면서 하루도 지나지 않아 한도가 소진되는 ‘오픈런’ 상품으로 주목받았다. 취급은행이 전북은행, 광주은행, 웰컴저축은행 등 단 3곳 뿐이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취급한 은행들은 대출을 신청하지 못한 소비자들에게 항의를 받는 등 곤욕을 치렀다.
지난 1년 반 동안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에도 불구, 취급 은행은 12곳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 은행이 많이 공급하기엔 위험 부담이 있는 만큼 여러 은행이 참여해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여전히 부족한 상황.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가 연내 공급을 계획하고 있지만 상반기 내 공급은 어려울 전망이다.
기존 취급처 가운데 1금융은 지방은행인 광주은행과 전북은행뿐, 나머지 7곳은 모두 저축은행이다. 웰컴저축은행, 우리금융저축은행, IBK저축은행, 하나저축은행, 신한저축은행, BNK 저축은행과 KB저축은행 등으로 주로 금융지주계열의 저축은행이 대부분이다.
이번 융창·진주 저축은행이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상품을 취급하게 되면서 지방의 최저신용자들의 선택지가 넓혀지게 됐다. 저축은행의 경우 지역 영업권이 나누어져 있어 금융소비자 등본상 지역에 따라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 SBI저축은행은 서울지역, 융창저축은행은 인천·경기권 영업권을 가지고 있다. 진주저축은행은 부산·경남 지역이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800억원 수준으로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미 정책상품을 많이 취급하고 있는 1금융 은행을 제외하고 저축은행이 그 역할을 해야 하는데 업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
정부 보증 상품이지만 연체율 상승으로 인한 건전성 관리 문제에 판매 비용과 보증료 지급 등의 이슈까지 포함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최근 연체율 상승 등 대출 이자와 원금을 갚지 못하는 취약 차주가 증가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연체율 관리가 어려운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인 만큼 건전성 관리 강화를 주문하는 금융당국의 정책을 따르면서 유지하기엔 힘든 상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보증 상품인 만큼 일반 신용대출과 비교했을 때 위험도는 낮지만 연체율 관리 등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손해를 보는 상품은 아니지만 수익성 상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지금 당장 유인 요인이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라고 말했다.
보증 주선 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은 최저 신용자를 위한 정책 상품인 만큼 취급처를 늘리고 혜택을 볼 수 있는 금융소비자를 늘리는데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서민금융진흥원 측은 “최저 신용자가 대출 절벽으로 몰리지 않게 사회적 보호망이 되는 상품”이라면서 “서민금융진흥원이 대위변제시 100% 보증한다는 점, 최저 신용자를 미래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다는 점 등 효과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IT조선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