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1억원을 넘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가운데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투자 역시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테라-루나’ 사태 이후 말라버린 벤처캐피털(VC)들이 다시 실탄을 채워 AI(인공지능)와 레이어2 솔루션 등 유망 스타트업 투자 물색에 나섰다.

억원을 넘어선 비트코인 가격. 한 행인이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의 시세표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12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금이 지난해 말 이후 증가세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4분기 가상자산 스타트업 관련 투자는 전분기 대비 2.5% 늘어난 19억달러(2조5000억원) 기록했다.

피치북은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투자는 직전 6분기 동안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며 “투자금이 직전분기 대비 증가세로 전환된 것은 2022년 이후 처음”이라 밝혔다.

가상자산 산업 투자는 2022년 ‘테라-루나’사태로 냉각국면에 들어갔다. 같은해 11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파산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테라-루나’ 사태와 FTX 파산 여파는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세콰이어 캐피털(Sequoia Capital)등 주요 가상자산 벤처캐피털(VC)의 투자 축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FTX 관계사에 자금을 예치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 역시 연쇄 피해로 1000억원에 육박하는 부채를 떠안게 됐다.

하지만 이런 악재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가격은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3월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2600만원이었음을 감안하면 1년새 4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여기에는 비트코인 ETF 승인에 따른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영향이 컸다. 올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 현물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를 승인했으며,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웹3.0 산업 육성을 위해 유한책임회사(LP)의 가상자산 취득과 보유, 투자를 허용했다.

가상자산 산업의 제도권 편입 속도도 점차 가팔라지며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유입도 늘어나는 추세다. 가상자산 투자사 관계자는 “시장이 활성화되며 스타트업들의 투자 제안과 논의중인 딜 수가 크게 늘어났다”며 “투자금은 늘었지만 가능성이 높은 회사에 자본이 집중되어 투자 건수 자체는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가상자산 전문 벤처캐피털 해시드도 지난 2월 약 2000억원 규모의 해시드벤처스 3호 펀드 결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해시드는 지난 2020년 1200억원 규모의 1호 펀드를, 2021년 2400억원 규모의 2호 펀드를 결성한 이후, 3년만에 새로운 펀드 조성을 추진한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AI(인공지능) 분야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이어 레이어2 솔루션 분야와 DA(Data availability, 데이터가용성)에 대한 관심이 뒤를 잇고 있다.

해시드 관계자는 “AI가 지배적인 내러티브를 보이고 있으나 하향 추세에 접어들었다”며 “L2, 게임파이, ETF가 다음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IT조선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