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의 한국앤컴퍼니(000240) 공개매수가 이번 주 금요일 종료된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한국앤컴퍼니 주식 매수는 도박에 가깝다. MBK파트너스는 지분 20%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면 공개매수 신청된 주식 전량을 사들일 방침이지만, 만약 목표 수량에 미달하면 아예 매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주당 2만4000원에 되팔 수 있지만, 실패하면 주가 폭락이 예정돼 있다. 한국앤컴퍼니가 이상 급등을 시작하기 전인 11월 말까지만 해도 주가는 1만2000원대였다. 자칫 잘못하면 공개매수 실패와 동시에 주가가 반토막 날 수 있다.
실제로 이 같은 리스크 때문에 한국앤컴퍼니는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가 상향 조정 소식에 18일 장 초반 상한가까지 급등했다가, 이내 상승 폭을 줄이며 11.67% 오르는 데 그쳤다. MBK파트너스가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투자은행(IB) 및 법조계에서는 MBK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공개매수를 주도한 부재훈 MBK 부회장이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잠재적 우군을 향해 “경영권 방어에 개입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나선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부 부회장은 조 회장 편에 서서 경영권 방어를 도우면 배임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는데,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주장이 지나친 이분법적 논리라고 지적한다. 오히려 “주식이 일정 물량 이상 확보돼야만 공개매수하겠다”는 부 부회장과 MBK의 김병주 회장이야말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을 방조하는 무책임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 “MBK, 정말 회사 거버넌스 개선 위했다면 ‘조건부 공개매수’ 안 했을 것”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와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의 공개매수는 22일 오후 3시 30분 종료된다. MBK 측이 제시한 종료일은 25일이지만, 토요일인 23일부터는 주식시장이 열리지 않기 때문에 22일이 사실상 마지막 날이다.
업계에서는 애초에 MBK의 공개매수가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고 본다. 현재 조현범 회장 측 우호지분이 46.08%에 달할 정도로 경영권 기반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조양래 명예회장이 7~15일 총 288만3718주(3.04%)를 장내 매수하며 차남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효성첨단소재도 14만6460주(0.15%)를 취득해 백기사로 나서자,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종료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조 회장과 사촌지간이다.
더군다나 현재 시장에서 유통 중인 한국앤컴퍼니 주식이 많지 않아(18일 기준 25%로 추산), 지분이 20.35% 이상 확보돼야만 매수하겠다는 MBK의 계획은 무모한 것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형 로펌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MBK가 회사의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무조건 경영권을 인수할 생각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조건부 공개매수를 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이건 ‘우리는 잃을 게 없으니 안되면 그만’이라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게 IB 및 법조계의 중론이다. 지난주 금요일 MBK가 공개매수 단가를 2만원에서 2만4000원으로 올린 만큼, 개인 투자자들은 MBK가 주식을 되사줄 것을 기대하고 매수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18일 하루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한국앤컴퍼니 주식 10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공개매수 단가를 올리기 직전인 15일 순매수액(52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그 상황에서 MBK가 ‘원하는 만큼 물량이 확보되지 않았으니 공개매수는 없던 걸로 하겠다’고 손을 털고 나간다면, 고점에 물린 개인 투자자들만 고스란히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오히려 MBK를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MBK가 조양래 명예회장의 개입을 놓고 ‘공개매수 방해 행위’라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한 데 대한 반응으로 해석된다.
◇ 조현범 편에 서면 선관주의 의무 위반?… “억지스러운 논리”
공개매수 시한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MBK는 법적 근거를 들고 와 최후의 승부수를 띄웠다.
앞서 부 부회장은 17일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제3자가 최대주주의 우호 지분 확보를 목적으로 주식을 매입하면 선관주의 의무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보유한 회사 입장에서는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이번 공개매수에 응하는 게 선관주의 의무에 부합하는 결정이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대외적으로 인터뷰를 한 사람은 부 부회장이지만, 그 뒤에는 MBK에서 운용 중인 모든 펀드의 투자심의원회를 이끄는 김병주 회장이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법조계에서는 ‘선관주의 의무 위반’이라는 표현에 사실상 ‘배임’이 깔려 있다고 해석한다. 배임이 지나치게 강한 표현이라 직접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조현범 회장의 편에 서서 주식을 사면 배임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메시지가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공개매수가를 2만4000원으로 올렸으니 “기회를 줄 때 팔아서 시세차익을 얻으라”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M&A 전문 변호사들은 이 같은 주장이 지나치게 이분법적이라고 지적한다. ‘조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서 주식을 사는 기업이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논리에 맹점이 있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만약 한국앤컴퍼니와 사업적 관계가 있는 회사라면, 현 대주주(조현범 회장)가 경영권을 지키는 게 사모펀드가 인수하는 것보단 사업 안정성 측면에서 훨씬 이득”이라며 “그런 상황에 대주주 편에 서는 게 어떻게 배임이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M&A 전문 변호사도 “hy나 효성 등이 주식을 사고 나서 공개매수가 실패로 돌아가 단기적으로 주가가 떨어질 순 있어도, 바로 엑시트해 손실이 나는 게 아니라면 선관주의 의무 위반이나 배임으로 단정 짓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