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 분당구 넥슨 사옥. /뉴스1

넥슨 지주사 NXC 지분 4조7000억원어치가 매물로 나온다. 지난해 별세한 고(故) 김정주 창업자의 유족이 상속세 대신 정부에 물납한 주식 85만2190주로, 지분율은 29.3%이다. 유정현 감사 등 유족(69.35%) 지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정부가 지분을 통매각하는 방침을 정한 만큼, 게임 및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누가 NXC의 새 2대주주가 될지 관심을 쏟고 있다. 중국 게임 공룡 텐센트와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259960) 등이 후보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다만 공개 매각 대상 주식이 사업 법인 넥슨재팬이 아니라 지주사 NXC인 점, 그리고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없는 소수지분인 점 때문에 이번 지분 매각이 생각보다 인기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사우디국부펀드까지 거론… 빈 살만 “게임 개발사 인수 등에 54조 투자”

기획재정부는 지난 4일 고(故) 김 창업자의 유가족이 물납한 NXC 지분을 오는 18일부터 공개 매각한다고 밝혔다. 매각은 공매 포털 온비드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텐센트는 이미 오래전부터 NXC 지분의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혀왔다. 과거에도 국내 게임 업체들의 소수 지분을 사들여 2~3대 주주 지위를 획득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텐센트는 현재 크래프톤 지분 13.73%를 보유해 창업자 장병규(14.75%) 의장에 이은 2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넷마블 지분도 17.52%를 획득해 창업자 방준혁(24.12%) 의장, CJ ENM(21.78%)에 이은 3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비슷한 이유로 사우디국부펀드(PIF)도 NXC 2대주주 후보로 거론된다. 사우디국부펀드는 작년 초부터 올해 6월까지 넥슨 일본법인에 2조1700억원을 투자해 3대주주에 올랐다. 현재 지분율은 10.23%에 달한다. 이는 빈 살만 왕세자가 작년 10월 “2030년까지 게임 개발사 인수와 e스포츠 육성 등에 54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업계 일각에선 공매에 크래프톤이 참여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게임 투자 업계 관계자는 “현금 많고 돈 잘 버는 크래프톤에 유일하게 부족한 게 바로 다양한 지식재산권(IP)”이라며 “단일 IP(배틀그라운드)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 때문에 주가가 다소 저평가된 감이 있는데, 넥슨을 통해 그 부분을 해소할 수만 있다면 이번 지분 인수전에 뛰어들 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크래프톤의 유동자산(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은 4조원에 달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7000억원이 넘는다. 반면 올해 실적 전망치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5배에 불과한데, 이는 경쟁사 엔씨소프트(26배)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시장에서 저평가받고 있다는 얘기다.

◇ “경영권 참여도, 연결 실적 반영도 안 돼”

그러나 IB 업계에서는 이런 ‘잠재적 후보’들이 지분 인수를 결정하기가 쉽진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매물로 나온 지분이 넥슨 일본법인이 아닌 지주사 NXC 주식인 데다 소수지분이라는 게 가장 큰 매력 반감 요소다. 즉, NXC의 2대주주가 되더라도 사업회사이자 ‘본체’인 넥슨재팬 지분에 대한 직접적인 소유권을 갖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IB 업계 관계자는 “특히 크래프톤의 경우, 현금 3조~4조원을 전부 쏟아부어서 경영권도 행사 못하고 연결 실적으로도 반영되지 않는 지분을 산다는 게 좀 무모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만약 넥슨재팬의 지분을 29.3% 사는 경우라면, 넥슨재팬의 실적이 개선될 시 지분율만큼 지분법이익으로 계상해 연결 실적에 반영할 수 있다. 그러나 NXC 지분 29.3%를 사면 넥슨재팬의 실적이 좋아지더라도 연결 실적으로 잡을 수 없다. NXC 지분 29.3%에다 NXC의 넥슨재팬 지분율(49.24%)을 감안하면 실효지배율이 14.5%에 그쳐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번에 NXC 지분을 살 원매자에게 ‘향후 NXC 주식을 자회사 넥슨재팬 주식과 스왑할 수 있다’는 등의 조건 등을 내걸 가능성을 제기한다.

다만 이 같은 방안은 현실적으로 성사되기 어려운 시나리오라는 게 IB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게임 투자 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각의 주체가 정부인 만큼, 유족과 NXC의 새 2대주주는 ‘주주 간 계약(회사의 지배구조 및 의결권 행사, 주식 처분, 회사의 운영 등에 관해 주주들끼리 맺는 계약)’을 맺을 수 없으며 김 창업자의 유족이 정부의 NXC 지분 매각에 협조해 줄 의무도 없다”며 “자칫하면 본체인 넥슨재팬의 경영권을 빼앗길 수도 있는 만큼, 지분 스왑을 허용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